이정후의 길을 갈까?
KT 위즈 강백호(23)가 2023 연봉 계약서에 힘겹게 사인했다. 5억5000만 원에서 2억9000만 원으로 내려앉았다. 절반에 가까운 2억6000만 원(47.3%)이나 줄었다. 잘해서 왕창 올렸으니 못하면 그만큼 깍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강백호는 구단의 제시안에 버텨보았지만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사인을 했다.
고졸 루키로 2018년 데뷔와 동시에 승승장구했다. 2700만 원에서 2019시즌 1억2000만 원, 2020시즌 2억1000만 원, 2021시즌 3억 원을 받더니 2022시즌 5억5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천재타자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덕택이었다. 2021시즌은 창단 첫 우승까지 견인하는 공신이었다.
강백호의 5년 차 연봉 5억5000만 원은 키움의 타격천재 이정후와 같았다. 이정후도 2017년 입단과 함께 신인왕에 오르더니 계속 연봉을 끌어올렸다. 2021시즌 5년 차에서 5억5000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 6년 차 성적에서 두 천재타자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강백호는 두 번의 부상이 겹치며 62경기 출전 264타석에 그쳤다. 성적도 2할4푼5리 6홈런 29타점 OPS 0.683에 그쳤다. 2021시즌까지 4년 평균 20홈런, 85타점, OPS 0.931를 기록했던 강백호가 아니었다. 자신이 구축해온 타격전반에 걸친 기술력을 잃어버렸다.
이정후는 5년차였던 2021시즌 타격왕에 올랐다. 타율 3할6푼 7홈런 84타점 76득점을 기록했다. 7홈런에 그쳤지만 장타율 5할2푼2리 등 OPS 0.960을 기록했다. 2022 연봉을 2억 원을 오른 7억5000만 원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2022시즌 2년 연속 타격왕, MVP와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었다. 홈런도 23개로 늘어났고 OPS도 0.996까지 높였다.
결국 강백호와 이정후의 6년차 연봉 격차가 4억6000만 원까지 벌어졌다. 이정후는 2023 연봉은 11억 원으로 또 올렸다. 특히 2023시즌을 마치며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 벌써부터 1억 달러(약 1235억 원) 계약을 전망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계약도 체결했다. 역대 최고액을 바라고 보고 있다.
강백호는 잘 나가다 첫 시련을 겪었지만 잠재력은 충분하다. 작년 부진에도 WBC 대표로 입성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의지가 중요해졌다. WBC와 정규시즌에서 멋진 재기를 펼쳐야 천재타자의 칭호를 되찾고 이정후의 길을 갈 수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