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범접할 수 없는 위력을 보여줬던 ‘쿠바 미사일’ 아롤디스 채프먼(35)이 WBC에 출전할까. 그런데 국적이 이번에는 쿠바가 아닌 영국이다.
쿠바 야구 소식을 전하는 ‘페로타 쿠바나’의 요다노 카모나는 26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서 ‘채프먼이 영국 WBC 대표팀의 50인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채프먼이 실제로 경기를 뛸 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쿠바 출신의 채프먼은 지난 2009년 국제대회 참가 중 숙소를 탈출해 망명한 대표적인 쿠바 출신 망명 선수다. 그리고 지난 2016년에는 미국 시민권까지 취득했다.
그런데 어째서 영국 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는 것일까. 채프먼의 부모들은 자매이카 출신이다. 자매이카는 1962년까지 영국의 식민지였는데 부모님은 영국 국적을 갖고 있다. 채프먼 역시 영국 시민권 획득이 가능한 상황이다.
WBC의 자유로운 국적 선택법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중국적이라면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 WBC에 나설 수 있고 부모의 국적을 선택해 대표로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김하성의 동료인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출신으로 미국 청소년대표팀으로 국제대회에 나선 적이 있지만 2017년 WBC에서는 부모의 국적인 도미니카공화국 대표로 출전한 바 있다. 채프먼은 역시도 망명 직전인 2009년 쿠바 대표팀으로 WBC에 나섰다.
영국은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WBC 예선을 통과하며 사상 처음으로 WBC 참가를 확정지었다. 하지만 선수층이 부족한 영국 입장에서는 메이저리거들과의 인연을 수소문 할수밖에 없고 쿠바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채프먼에게까지 연이 닿았다.
2009년 망명 이후 2010년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에서 데뷔하며 메이저리그에 충격을 안겼다. 170km까지 던지는 강속구로 ‘쿠바산 미사일’이라고 불린 채프먼은 메이저리그 통산 13시즌 667경기 44승35패 315세이브 평균자책점 2.48의 성적을 거뒀다.
신시내티와 시카고 컵스, 뉴욕 양키스를 거치면서 특급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지만 최근 기량 하략이 두드러졌다. 양키스 소속이던 지난해 시즌 막판에는 다리에 문신을 새기다 세균 감염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로 씁쓸하게 동행을 끝내야 했다. 최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1년 375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