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도 그만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불공평하다. 그는 알렉스 로드리게스(A-로드)가 아니다.”
2023년 명예의 전당 헌액자는 스캇 롤렌(48) 한 명 뿐이었다.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는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명에의 전당 헌액자 선정을 위한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현역 시절 만장일치 신인왕, 골드글러브 8회, 올스타 7회 등의 업적을 쌓은 롤렌은 헌액 기준 득표율(75%)을 간신히 넘긴 76.3%를 기록하며 명예의 전당 입회의 영광을 안았다. 6번째 도전 만에 명예의 전당 입성에 성공했다.
투표권자들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보니 매년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 발표 이후에는 논란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금지약물 스캔들에 연루된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피투표권을 얻게 되자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홈런(762개), MVP 7회의 배리 본즈, 354승, 4672탈삼진, 사이영상 7회의 로저 클레멘스는 입회 자격이 충분했다. 그러나 약물 복용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난해까지 10번의 기회를 모두 허비하면서 입성이 최종 무산됐다. 올해 두 번째 도전에 나선 696홈런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현역 시절 약물 복용이 적발돼 16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35.7%의 득표율에 그쳤다. 지난해 34.3%의 득표율과 대동소이하다.
명예의 전당 헌액이 단순히 기록으로만 결정하지 않고 현역 시절의 이미지도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하지만 논란은 어쩔 수 없이 따라오고 있다. 올해 처음 명예의 전당 입성 자격을 얻은 카를로스 벨트란(46)도 스캔들에 연루되어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벨트란은 은퇴 시즌이던 2017년 휴스턴 애스트로에서 뛰면서 커리어 첫 웓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자신들의 홈구장에 설치된 카메라와 모니터 등 전자기기로 사인을 훔친 뒤 쓰레기통으로 전달하는 수법으로 사인훔치기를 자행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휴스턴의 우승은 ‘사인 훔치기’로 얼룩졌고 조롱 당했다. 당시 제프 루나우 단장, A.J. 힌치 감독과 알렉스 코라 벤치코치(현 보스턴 감독) 등 구단 관계자, 코칭스태프와 함께 벨트란이 사인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언급됐다.
결국 2020시즌부터 뉴욕 메츠 사령탑으로 부임할 예정이었던 벨트란은 사인 스캔들 폭로와 함께 단 한 경기도 지휘하지 못한 채 감독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고 최근에서야 야구계로 돌아왔다.
벨트란은 이번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46.5%의 득표율을 얻는데 그쳤다. 1999년 신인상, 올스타 9회, 골드글러브 3회, 실버슬러거 2회 등의 수상 경력에 통산 2725안타 435홈런 312도루의 기록을 남긴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스위치히터 선수라는 칭호는 사인스캔들에 묻혀 명예의 전당 첫 해 입성의 쾌거를 누릴 수는 없었다.
미국 매체 ‘뉴스데이’는 벨트란을 향한 부당한 시선을 강조했다. 매체는 다시 한 번 야구계는 희생양을 찾았다”라면서 “전 휴스턴 감독 힌치는 현재 디트로이트 감독을 하고 있고 스캔들을 주도한 코라도 보스턴 감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벨트란만 2017년의 일로 여전히 대가를 치르고 있나. 호세 알투베가 야유를 받고 있고 힌치와 코라는 정직을 당했지만 메츠 감독직을 잃은 벨트란은 시작도 전에 지도자 경력이 끝났고 업계와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라며 현재 상황을 비판했다.
이어 ‘당시 선수 명단 중 유일하게 공개된 선수다. 벨트란이 2017년 이후 은퇴했기 때문이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증언을 대가로 선수들에게 면책 특권을 줬고 현역 선수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으로 선수노조의 불만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벨트란만 뚜렷하게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시즌 타율 2할3푼1리로 많은 이득도 보지 못했다’라며 벨트란이 받는 대우의 부당함을 역설했다.
아울러 금지약물 검사가 진행되던 중에도 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았던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사례와 구분 지으면서 ‘금지약물 단속을 하던 시기 고의적으로 부정행위를 범해서 역사상 가장 긴 금지약물 복용 출장 정지의 징계를 당한 알렉스 로드리게스와는 다르다’라면서 ‘벨트란의 부정행위가 전적으로 용서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전적으로 대가를 치렀다는 것이다. 벨트란은 명예의 전당에 올랐어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