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대부분의 구단들이 2023시즌을 위한 전력 구성을 마무리하고 스프링캠프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FA 시장에는 여전히 4명의 선수가 남아있다. 지난해 키움에서 뛰었던 정찬헌(33)은 그 중 한 명이다.
정찬헌은 KBO리그 통산 389경기(742이닝) 48승 53패 28홀드 46세이브 평균자책점 4.80을 기록한 베테랑 투수다. 2019년 허리 수술 이후 선발투수로 부활에 성공했지만 중요했던 지난 시즌 20경기(87⅓이닝) 5승 6패 평균자책점 5.36으로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시즌 종료 후 정찬헌은 키움에 잔류할 수 있다는 예상을 깨고 FA를 선언하고 시장에 나왔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얻는 FA 자격을 포기하지 않고 시장의 평가를 받기로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생각보다 냉랭했다. B등급 FA 선수인 정찬헌은 원소속팀 키움이 아닌 다른 구단이 계약을 하면 보호선수 25인 외 보상선수 1명과 보상금 2억8000만원을 키움에 내줘야한다. 아직까지 이러한 출혈을 감수하고 정찬헌을 영입하는 팀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찬헌은 지난 18일 인터뷰에서 “몇몇 이야기가 오간 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결국 계약 성사 단계까지 가지는 못했다. 이제 FA 선수가 4명이 남았는데 얼마나 잘 기다리고 좋은 팀으로 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라고 시장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스프링캠프가 다가왔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눈에 띄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원소속팀 키움도 기본적으로는 선수쪽에서 움직여야한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인앤트레이드 등 다른 방향으로 활로를 뚫는 것이 현실적이지만 이도 쉽지는 않다.
FA 계약을 위한 기다림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지만 정찬헌 의지는 남다르다. 부상 이후 연투가 되지 않아 불펜투수로 뛰지 못했지만 이제는 어떤 보직이든 뛸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최악의 경우 스프링캠프가 시작할 때가지 소속팀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찬헌은 차우찬(롯데)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차)우찬이형은 ‘나도 했는데 네가 못하겠냐. 나도 캠프에 가서 계약을 했다’라며 힘을 불어넣어줬다. 다들 아직 한창 야구를 할 나이라고 응원해줘서 힘이 된다”라고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혼자서라도 발악해보겠다”라고 말한 정찬헌은 “상황이 이렇지만 잘 준비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든 부름을 받으면 바로 활약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들어놓고 있겠다”라며 오랜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