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한 방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일본프로야구 통산 868홈런으로 최다 기록 보유자인 ‘레전드’ 오 사다하루(83)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 겸 특별 어드바이저가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일본대표팀에 ‘한국 경계령’을 내렸다.
지난 25일 ‘스포츠호치’를 비롯해 일본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오 회장은 WBC 우승을 노리는 일본야구대표팀을 응원하면서 당부의 메시지도 전했다. 오 회장은 지난 2006년 WBC에서 일본대표팀 감독을 맡아 초대 우승을 이끈 바 있다.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한국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오 회장은 “일본에서 (이승엽에게) 역전 홈런을 맞고 졌다. 미국에 가서 한 번 더 졌다. 한국이 정말 기뻐해 얄미웠다”고 떠올렸다. 지난 2006년 3월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1라운드 결승전에서 이승엽은 8회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한국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도쿄돔을 침묵에 빠뜨린 ‘극일포’.
이어 3월16일 미국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라운드 일본전에도 8회 이종범의 결승 2루타에 힘입어 한국이 2-1로 이겼다. 하지만 3월19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치러진 준결승전에선 후쿠도메 고스케의 결승 투런 홈런으로 일본이 6-0 승리, 한국을 꺾고 오른 결승전에서 우승까지 했다.
오 회장은 “3번째 경기에서 후쿠도메의 홈런으로 설욕할 수 있었다”면서도 “한국은 강하다. 승부에 대한 집념을 갖고 있다. 싸움이 되면 정말 대단한 기력을 발휘한다. 한국전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번에 같은 B조에 속한 한국과 일본은 3월10일 도쿄돔에서 1라운드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객관적인 전력은 일본의 우위. 투타겸업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필두로 투수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외야수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등 메이저리거 5명이 합류한 가운데 현존 일본 최고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164km 퍼펙트맨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일본인 역대 최다 56홈런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등 투타에서 역대급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됐다.
오 회장은 “미국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낸 선수들이 대표팀에 왔으니 엄청난 전력이 된다.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든든한 힘이 될 것이다. 좋은 승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1회 대회 때는 무슨 목적으로 WBC가 열리는지 잘 몰랐지만 지금은 최고 국제대회로 가장 강한 팀들이 참가한다. 이제는 진정한 의미의 챔피언을 결정하는 대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1라운드, 8강 통과 후) 미국에 가서 일본 야구의 진정한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번 일본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에 대해서도 오 회장은 “냉정하고 차분하게 지휘한다. 선수들이 경기에 몰입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호화 멤버인 이번 대표팀 지휘관으로 최적이 아닐까 싶다. 구리야마 감독이 아니었다면 오타니나 다르빗슈가 나왔을지도 모르겠다”며 신뢰를 표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