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시즌은 승리가 익숙하던 두산이 모처럼 패배의 쓰라림을 느낀 시즌이었다. 두산은 2014년 이후 무려 8년 만에 실패라는 걸 맛봤다.
KBO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은 지난해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 속 창단 첫 9위(60승 2무 82패) 수모를 겪었다. 82패 또한 종전 80패(1990년)를 넘어선 구단 한 시즌 최다패였다. 2008년 이후 14년 만에 10승 선발투수가 전멸했고, 거액을 들여 붙잡은 김재환, 허경민, 정수빈 등이 동반 침체를 겪으며 2014년 이후 8년 만에 포스트시즌을 TV로 시청했다.
그래서일까. 두산 이승엽 신임 감독은 취임식부터 마무리캠프, 창단기념식까지 선수들의 멘탈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짧은 1년이었지만 팀 내 만연한 패배 의식을 지우고 왕조의 프라이드를 되살려야한다는 메시지를 줄곧 전파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호주 시드니에 입성하라는 당부의 말도 남겼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고개 숙이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한 타석을 못 쳤다고 고개를 숙이면 144경기를 치를 때 어려움이 많다”라며 “잘할 때는 자기 페이스를 조절하고, 못한다고 기죽으면 안 된다. 기분은 시즌 끝나고 성적에 따라 내는 것이다. 한 타석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은 지양해야 한다. 일희일비는 감독이 하겠다”라고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그러나 그 전에 고개를 숙일 행동을 하면 안 된다. 사령탑의 메시지 뒤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가정이 존재한다. 이 감독은 “경기장 내에서 태만한 플레이를 하면 안 된다. 경기기 시작되면 상대를 적으로 봐야 한다. 승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 교만하고 더티한 플레이보다 건실하고 성실한 플레이를 원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경기장 밖에서는 팀에 대한 룰이 존재한다. 그 룰만 잘 따른다면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모두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프로 의식을 다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그라운드 밖에서의 품위도 강조했다.
팀퍼스트 정신이 누구보다 강한 허경민을 새 주장으로 선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감독은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또 선수들 사이의 관계가 팀 성적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종목이 야구다”라며 “우리는 사실상 일주일 내내 만나는 가족 같은 공동체다. 물론 코칭스태프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주장은 선수들을 이끌고 어떻게 팀이 높은 곳으로 갈지 고민하는 자리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경민이 힘들겠지만 프런트, 코칭스태프, 선수 사이에서 역할을 잘해줬으면 한다. 좋은 팀은 외부에서 싸우지, 내부에서 싸우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서는 1년 동안 지지고 볶으면서 싸워야겠지만 팀 내부는 가족 같은 분위기가 중요하다. 허경민이 그 역할을 하는 주장이 되길 바란다”라고 구체적인 바람을 전했다.
내달 1일부터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되는 스프링캠프의 키워드는 강한 멘탈을 바탕으로 한 경쟁이다. 특히 그 동안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도 알을 깨지 못한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지도하며 이들의 실력 향상을 도울 계획이다.
이 감독은 “될 것 같으면서도 되지 않았던 선수들을 직접 보고 싶다”라고 지휘 방향을 밝히며 “작년 가을에도 말씀드렸듯 모든 조건은 동일하다. 2월 1일부터 캠프가 시작되면 개막까지 60일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짧은 기간 안에 선수들이 가진 역량을 모두 펼치길 바란다”라고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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