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추신수(41·SSG)의 작심 발언으로 야구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학교 폭력 꼬리표가 따라붙는 ‘뜨거운 감자’ 안우진(키움) 문제부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세대 교체, 야구계 선배들에 대한 아쉬움, 자신을 둘러싼 국가대표 먹튀 논란까지 광범위하게 가감 없는 솔직 발언으로 시끌벅적하다.
추신수의 일침은 선배들에게만 향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우물 안 개구리’에 만족하는 일부 후배 선수들에게도 일침을 놓았다.
추신수는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DKNET에 출연해 메이저리그와 한국 KBO리그 야구 수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추신수는 “한국야구를 경험해보지 않았을 때 더블A 정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2년간 직접 뛰어보고 느낀 게 왜 더블A밖에 안 되는지 알게 됐다.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야구팬들이나 일반분들은 TV로 보이는 것만 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이게 프로팀이 누릴 환경인가 싶을 정도로 열악하다. 메이저리그 환경만 되어도 실력이 더 나아질 선수들이 많을 것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추신수는 후배 선수들의 자세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미국뿐만 아니라 외국에 나가보셨던 분들은 알겠지만 한국에만 있다 보니 시야가 너무 좁다. 여기가 다 끝인 줄 알고 있다. 미국 같은 경우 여기서 아무리 야구 잘한다고 해도 5~10분만 가도 나 같은 선수가 또 있다. 30분을 가면 3~4명 더 있다.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많다”며 “한국에선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오면 자기가 정말 야구를 잘 하는 줄 안다. 그걸 봤을 때 조금 불편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또 다른 방송에서 “내가 야구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도 말할 만큼 스스로에게 엄격한 추신수는 “정말 날고 기는 선수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한국 선수들은) 여기밖에 없는 것 같다. 그게 정말 마음 아프다. 세상은 넓고 정말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 걸 보면 생각 자체가 달라진다. 나도 학교 다닐 때 멀리는 아니더라도 일본만 가도 잘하는 선수들과 일주일 같이 운동하고 오면 ‘내가 했던 게 잘못됐었구나. 난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네’라는 생각이 들던데 한국 선수들은 그런 게 없다. 정말 우물 안, 그 리그에서만 최고이면 만족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안타까워했다.
후배 선수들이 더 큰 욕심을 갖고 넓게 바라보며 실력 향상을 위해 정진하길 바라는 선배의 마음이었다. 추신수는 “생각 차이가 많은 것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프라 환경 속에서 이 정도로 야구하는 것을 보면 재능은 분명 뛰어나고 박수 쳐주고 싶다. 실력이나 가능성은 그 이상 충분한데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2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열악한 구장 환경을 지적하며 변화를 이끌어낸 추신수는 “선수들이 앉아있을 공간이 없어 버스에서 옷을 갈아입고 할 정도면 말 다한 것”이라며 “많은 팀들이 ‘좋은 환경 만들어줄게, 성적 내’라고 하지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먼저다. 그걸 잘하는 게 (SSG 구단주 정용진) 부회장님이다. 처음 오셔서 환경을 다 바꾸셨는데 쉽지 않은 것이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아울러 추신수는 앞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만한 KBO리그 선수로 “다들 아시는 키움의 이정후나 안우진 같은 선수가 있다. 나성범(KIA) 같은 경우 2~3년 전 오려고 했지만 안 됐다. 한국에서 너무 잘하더라”며 “제일 가까운 선수는 이정후”라고 답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을 마친 뒤 해외 진출 자격을 얻어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린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