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열리는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야구대표팀에는 한화 선수가 없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0명이다. 최근 3년 연속 최하위로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한화의 냉정한 현실이다. 이렇다 할 논란도 되지 않은 게 더 안타까웠다.
선수단도 자극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한화 리빌딩의 중심에 있는 내야수 정은원(23)도 그 중 한 명이다. 지난 2021년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으며 명실상부한 리그 정상급 2루수로 도약한 정은원은 한화가 자랑하는 국가대표 후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다소 부침을 겪으면서 태극마크의 꿈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정은원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국가대표 0명이) 당연한 것이 되지 않게 잘해야 한다”며 “지난 시즌을 통해 느낀 게 많다. 전체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았고, 스스로에게 충분히 자극이 됐다”고 돌아봤다.
2021년 역대 최연소 100볼넷(105개) 시즌으로 극강의 선구안을 과시한 정은원은 지난해 스트라이크존 정상화에 따른 확대 여파로 시즌 초반 흔들렸다. 5월18일까지 시즌 첫 38경기 타율 2할1푼4리 출루율 2할9푼으로 고전했다. 존에 적응하고, 공 보는 시야를 미세하게 조정한 5월말부터 성적이 상승했고, 시즌을 마쳤을 때는 타율 2할7푼6리 139안타 8홈런 49타점 출루율 3할7푼9리로 끌어올렸다. 2021년보다 떨어지지만 출루율 전체 11위에 오르는 등 리그 평균 이상 성적이었다.
정은원은 “스트라이크존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똑같이 공통된 것이었다. 빨리 맞춰나가야 했고, 그걸 못한 이유로 핑계 삼지 않겠다. 시즌 초반 안 좋았을 때는 절망적이었지만 거기서 일어나는 법을 배웠다. 멘탈적으로 극복하는 경험을 해봤으니 앞으로 야구 인생에 있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며 바닥을 치고 올라간 경험을 수확으로 꼽았다.
사소한 변화가 미치는 영향도 체감했다. 정은원은 “타격폼 수정이라기보다 공을 보는 시야가 달라졌다. (타석에서) 공을 볼 때 각도나 시선이 조금만 달라져도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 디테일한 부분에서 사소한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게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비활동기간 대전에서 선배 최재훈이 이끄는 피지컬 트레이닝 멤버로 몸을 만들고 있는 정은원은 주 2회씩 수영도 한다. 지난 가을 마무리캠프 때 단체로 수영을 시작한 뒤 재미를 느꼈다. 전신 유산소 운동으로 순발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수영은 수비력 향상 목적도 있다. 지난해 개인 최다 17개의 실책을 범한 그는 “수비에서 잘하는 모습, 변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화는 올 겨울 외부 FA 영입, 트레이드, 신인 선수들의 합류로 기대감이 높아졌다. 정은원은 “새로 오신 선배님들, 다시 돌아온 선배님들 모두 기대된다. 특히 오선진 선배는 전에도 같이 했었고, 호흡도 잘 맞아 좋다. (삼성 이적 후) 밖에서 우리 팀을 보며 느끼신 것에 대해 말씀해주신 것도 도움이 된다”며 “새해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한 시즌 보내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