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탈락이 오히려 LG에는 더 좋다.
LG 트윈스와 FA 계약을 한 포수 박동원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예비 명단에 포함됐는데, 1월초 발표된 최종 엔트리(30명)에는 발탁되지 못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과 KBO 기술위원회는 포수는 2명 뽑았는데, 양의지(두산)와 이지영(키움)을 선택했다. 지난해 4월까지 키움에서 이지영과 함께 뛴 박동원은 아쉽게 탈락.
그러나 WBC 대표팀 탈락이 박동원 개인에게는 아쉬움이 있겠지만, LG를 생각하면 팀과 선수 모두 좋은 결과일 수 있다. 개막에 앞서 박동원은 LG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투수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박동원은 지난해 4월 키움에서 KIA로 트레이드됐다. 2021시즌 9위로 처졌던 KIA는 대대적인 전력 보강으로 5강 이상을 노렸고, 약한 포수 뎁스를 박동원으로 해결했다.
지난 시즌 KIA는 정규 시즌 5위, 포스트시즌에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T에 패배해 탈락했다.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박동원은 KIA와 협상이 결렬되면서 11월말 LG와 4년 65억원에 계약했다. 한 해 동안 키움→KIA→LG로 소속팀이 바뀌었고, 서울을 떠났던 그는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박동원은 신년 인터뷰에서 단기간에 팀을 2번이나 이적하고 새로운 팀 LG에 합류한 것에 대해 “솔직히 지금은 모르겠다. 선수들과 다 같이 운동을 하지 않아서, 스프링캠프에 가서 함께 운동하면 다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즌 준비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동원은 “시즌 중 트레이드가 되면서 새 팀에 준비 시간 없이 바로 뛰었다. KIA 투수들에게 미안했다. (서로) 알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빨리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고 그래서 미안했다. 상대를 알고 싸워야 한다. 내가 조금 부족했고, 시간이 부족해 아쉬웠다. 연말에 KIA 후배들 연락하며 ‘많이 미안하다’ 말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LG에 와서는)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선수들의 장단점 파악하는 시간이 있어서 준비 잘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수 켈리, 플럿코를 비롯해 젊은 선발진 그리고 마무리 고우석을 비롯해 주축 투수들의 공을 받아보면서 볼끝 움직임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런데 만약 박동원이 WBC 대표팀에 발탁됐다면, 대표팀 출전으로 LG 투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진다. 대표팀은 2월 14일 합숙 훈련을 시작해 3월 중순까지 대회를 치르는 일정이다. 소속팀 선수들과 훈련은 2월초 2주와 3월 시범경기 기간 밖에 없다.
박동원과 LG에는 ‘대표팀 탈락’이 전화위복이 된다. 박동원은 비시즌 잠실구장에서 개인 훈련을 하며 “투수들의 여러 지표들, 수직 무브먼트 등을 보고 상대가 먼저 마음의 준비가 돼 있을 때 얘기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상대가 마음이 열렸을 때, 내가 다가가서 이야기 나누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최고 158km 강속구를 던지는 마무리 고우석의 느낌을 묻자, 박동원은 “(지난해까지) 고우석의 공을 치는 입장에서는 구속이 많이 빨랐다. (포수로) 공을 잡는 입장이 됐는데. 조금 긴장이 된다. 공이 워낙 빠르고 변화구 궤적을 아직 몰라서 잘 잡아야 한다.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들의 불펜 피칭 공을 많이 받아야 한다. KIA에서 투수들이 캐치볼 할 때 같이 하기도 했다. (LG 투수들의)공을 많이 잡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혹시 롯데로 떠난 이전 주전 포수 유강남에게 LG 투수들의 조언을 들을 생각이 있는지 질문했다. 박동원은 “비시즌 운동을 하다가 우연히 운동 센터에서 만났다. 강남이가 LG 투수들은 정말 좋은 투수들이고, 덕분에 편했다고 하더라. 투수들이 좋아서 (나도) 편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얘기 해주더라”며 “부족한 것이 있으면 강남이에게 물어볼 수 있다. 공을 많이 받아본 포수가 잘 알거니까”라고 웃으며 말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