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받는 게 낫다.”
롯데는 올해 FA 시장에서 최대 영입 한도였던 3명을 꽉 채워 FA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유강남(4년 80억 원) 노진혁(4년 50억 원) 한현희(3+1년 최대 40억 원)를 데려와 팀에 부족한 요소요소를 채웠다.
과거에도 롯데는 FA 시장을 휘저으면서 광폭 행보를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FA 선수들을 뺏긴 구단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기존 전력 유출은 둘째 치고 보상 규정에 의거한 보상선수 선택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FA로 이탈 선수가 발생하더라도 그 자리에 미래 자원으로 채워넣기 위해 유망주 중에서 보상선수를 택하려고 한다. 즉시전력 베테랑 선수들도 이따금씩 선택이 됐지만 대세는 유망주 보상선수였다.
하지만 롯데를 상대했던 팀들은 달랐다. 과거의 롯데는 유망주 풀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팀 내 유망주라고 하더라도 타 구단과 비교해보면 경쟁력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보호선수 명단을 받아보고 난 뒤 타 구단 관계자들의 한숨은 땅이 꺼질 수밖에 없었다. “돈이 더 낫다”라는 땅이 꺼질 듯한 푸념은 롯데의 암울한 미래를 나타내기도 했다.
과거 롯데의 FA 이적 보상선수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09년 홍성흔의 FA 보상선수로 두산으로 건너간 당시 내야 유망주 이원석은 롯데 출신 보상선수 중 가장 성공한 사례였다.
이후에는 베테랑 혹은 보상금이 반대급부였다. 2016년 윤길현이 FA 이적했을 때 SK(현 SSG)는 베테랑 투수 김승회를 선택했다. 당시 만 35세였다. 윤길현과 함께 이적한 손승락의 보상은 보상금이었다. 당시 넥센(현 키움)은 보상선수 대신 당시 손승락의 직전연도 연봉 5억3000만 원의 300%인 15억 9000만 원을 보상금으로 받았다. 2018년 민병헌 FA 때, 두산은 당시 만 28세에 접어든 외야 유망주 백민기를 선택했다. 현재 백민기는 은퇴했다.
하지만 이제는 선수층이 탄탄해졌다.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하위권을 맴돌면서 유망주 수집도 착실하게 했다. 구단이 애지중지하며 1군급 자원으로 성장시킨 유망주들이 성과를 나타내 줄 시기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아까운 시기가 도래했다. 결국 롯데는 이번 FA 과정에서 적지 않은 출혈을 했다. 유강남의 보상선수로는 1차 지명 좌완 투수인 김유영(29), 노진혁의 보상선수는 포수 안중열(28), 그리고 지난 20일 발표된 한현희의 보상선수로는 강속구 사이드암 유망주 이강준(22)이 선택을 받았다.
키움은 보상선수 명단을 받아보자마자 지체없이 이강준을 선택했다. 롯데의 유망주 자원들 가운데 눈여겨 본 선수가 있었고 그 선수가 이강준이었던 것.
키움 고형욱 단장은 “FA 보상선수를 결정하는데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라며 이강준을 지명한 것을 반겼다. “한현희가 FA 계약을 했을 때 미리 원하는 선수 명단을 뽑아놨었다. 이런 선수들이 나오면 지명을 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명단을 받아보니 이 선수가 보호선수 명담에서 빠져나와서 결정하기 수월했다”라는 설명이다.
이어 “고등학교 때부터 투구를 지켜본 투수다. 빠른 공은 기본이고 무브먼트가 대단하다. 한현희가 구속은 빠르지만 공이 조금 깔끔하다면 이강준은 공도 빠르고 무브먼트도 대단하다. 게다가 100구를 던지면 100구가 다 구속 변화가 없다. 그만큼 스태미너가 좋은 투수다. 미래에는 선발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주”라고 이강준을 높게 평가했다.
이제는 모두가 롯데의 유망주 층이 탄탄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보상선수 걱정 없이 FA를 영입해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보상선수와 미래 육성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이 덜한 시점은 그나마 올 겨울이 마지막이라는 평가가 높다. 그만큼 롯데의 유망주 자원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