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폼이 좀 이상한 것 아냐?” 2014년 봄이었다. 수군거림이 들린다. 일본 데뷔를 앞둔 보스를 향해서다. NPB 심판부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두 번의 시범경기 등판을 마쳤다. 심판위원장이 고시엔 구장에 나타났다. 관련한 유권 해석을 내렸다. “별 문제점을 찾지 못하겠다.”
논란은 왼발 때문이다. 내딛는 동작에 대한 이의제기였다. 땅을 딛는 척하다가 다시 나온다는 주장이다. 사실이 그렇다. 하지만 이중 동작(반칙 투구)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한신 구단이 확실히 마무리한다. “자연스러운 모션이다. WBC와 올림픽에서도 아무 제지가 없었다."
2년 뒤. 이번에는 미국이다. 자유로운 곳이다. 개성을 존중한다. 때문에 좀 다른 반응이다. 트집 보다는 감탄이 앞섰다. 카디널스 캠프의 첫 라이브 피칭 때다. 내야수 그렉 가르시아의 경험담이다. “첫 공이 몸쪽 패스트볼이었다. 치려고 나가는 순간 타이밍이 완전히 뒤엉켜 버렸다. 분명히 와인드업에 잘 맞춰서 시동을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공은 여전히 그의 손 안에 있더라. 그래서 다시 장전을 해야 했다. 아주 이상한 경험이었다.”
FSN의 해설자 앨 러보스키는 이렇게 설명했다. “저 부분을 주목하라. 리드 풋(lead footㆍ왼발)이다. 살짝 땅에 닿았다가 다시 나간다. 바닥에서 멈췄다가, 각도를 바꿔 뻗는다. 그래서 타자들이 박자를 놓치기 십상이다. 타석에서 보면 릴리스 타이밍이 헷갈릴 것이다.”
(2007년 신인 때도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KBO가 MLB에 의뢰해 “문제 없다”는 판단을 받기도 했다.)
그의 연봉 협상이 마무리됐다. 아니, 협상은 없었다. 을(乙)은 위임했고, 갑(甲)은 예우했다. 서로 간에 모양새를 차리느라 애쓴 모습이다. 와중에 묘수가 발휘됐다. 내용은 분명 삭감이다. 16억원에서 14억원으로 깎였다. 하지만 옵션을 넉넉히 넣었다. 성적에 따라 3억원이 추가된다. 총액이 17억원까지 될 수 있다. 이렇게 따지면 인상인 셈이다.
사실 내놓을 만한 성적은 아니다. 31세이브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 날린 게 7번이다. ERA도 3.32에 그친다. WAR은 1.69로 평범하다. 9이닝당 삼진도 줄었다. 한창 때 14.50(2009년)였다. 이게 8.05까지 떨어졌다. 패스트볼 평균은 145㎞를 못 넘긴다(144.7㎞). 끝판왕의 카리스마는 사라졌다.
숫자는 정직하다. 몸에서도 나타난다. 특유의 왼발이다. 확연히 다소곳해졌다. 다른 투수처럼 평범하다. 얌전하게 뻗어 그대로 착지한다. 예전의 현란함(?)은 없다. 중간의 머뭇거림, 화려한 파닥임은 퇴화됐다.
미국 사람들은 특이한 동작을 헤지테이션(hesitation)이라고 불렀다. 잠깐의 망설임 같은 느낌이다. 돌직구와 연관성은 규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마이너스 요인은 분명하다. 타자의 리듬을 엉키게 만드는 요소다. 여러 차례 경험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안경현 해설위원의 기억이다. “그 친구와 승부할 때? 타이밍이 어려운 정도가 아니다. (왼발 때문에)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다시 연봉 얘기다. 보장 금액 14억원이다. 삭감은 맞다. 그러나 이 액수는 핵심 역할을 계속 맡는다는 의미다. 야수와는 다르다. 승패와 직결되는 상황을 책임지는 위치다. 지난 시즌의 불안감이 오버랩 된다. 곧 박진만호의 부담감이 될 수도 있다.
반면 희망은 있다. 후반기 회복세다. 8~9월 성적이 괜찮다. 18.2이닝 4실점(자책)이었다. ERA 1.93이다. 12세이브에 구원승 4개를 올렸다. 덕분에 팀은 상승세로 시즌을 마쳤다. 포수 강민호도 보증한다. 9월 초 베어스전 직후다. "근래 받아본 승환이 형 공 중에서 가장 좋더라. 자기 페이스를 찾은 것 같다.”
왼발의 부활은 쉽지 않다. 다시 돌아오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돌직구만 있는 건 아니다. 슬라이더도 있고, 스플리터도 있다. 안정적인 제구 능력은 여전하다.
결국 ‘+3억원’에 걸렸다. 甲이 걸어 놓은 인센티브다. 자세한 내용은 함구 사항이다. 하지만 이 기준에 도달하면 된다. 그럼 괜찮은 시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라이온즈의 2023년도 성공적일 것이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