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두산의 17승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던 이영하(26)가 과거사 문제에 발목이 제대로 잡혔다. 2021년 2월부터 제기된 학교폭력 의혹이 법정 싸움으로 번지며 2023시즌을 통째로 쉴 위기에 처했다.
이영하는 지난 2019년부터 2020년 초까지 커리어 최전성기를 보냈다. 겹경사도 이런 겹경사가 없었다. 2019년 17승 에이스 도약과 함께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뽑혀 태극마크를 새겼고, ‘장기 대기에 따른 소집 면제 판정(4급 보충역)’에 따라 병역 의무가 뜻하지 않게 해결됐다. 여기에 2020년 1월 웨딩마치를 울리며 가정을 꾸리는 축복까지 누렸다.
그러나 이영하를 기다린 건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이었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자리를 잡지 못했고, 2021년 2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교 시절 이영하와 김대현(LG)으로부터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게시글이 올라오며 학폭 미투 사태에 휘말렸다. 안 그래도 야구가 힘들었던 참에 과거사 문제까지 꼬이며 야구 인생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영하, 김대현의 학폭 미투 사태는 최근 피해자가 스포츠윤리센터에 이들을 신고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후 경찰 수사와 함께 재판 회부가 결정됐고, 이영하는 작년 9월 1차 공판을 시작으로 12월 2차, 그리고 전날 3차까지 총 3차례 피고인 신분으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이로 인해 이영하는 지난해 8월 13일 SSG전을 끝으로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검찰은 2015년 당시 고교 3학년이었던 이영하의 선린인터넷고 1년 후배인 조씨를 향한 전기 파리채 사용, 야간훈련 시 괴롭힘, 대만 전지훈련 피해자의 라면 갈취 및 가혹행위 등을 혐의로 주장하고 있다. 2차 공판에서 이영하를 고소한 피해자 조씨와 조씨의 선린인터넷고 동기이자 이영하의 후배인 이씨가 증인으로 나서 신문에 임했고, 전날 3차 공판에서는 이영하, 김대현의 학폭 피해를 최초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박씨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군사법원에서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김대현과 달리 이영하의 재판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검사 측에서 증인을 추가 채택하며 공판이 3차까지 이어졌고, 3차 공판에서 증인 2명을 추가로 신청, 오는 3월 3일 4차 공판이 잡혔다. 피해자와 증인들은 이영하로부터 당한 피해를 증언하고, 이영하 측은 공소 사실을 부인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다음 신문 기일이 3월 3일로 잡히면서 이영하의 2월 호주 스프링캠프 합류는 사실상 불발됐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지만 두산 구단과 이영하 모두 재판 중인 상황에서 해외로 향해 시즌을 준비하는 건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아울러 3월 3일은 선고가 아닌 증인 신문이다. 검찰이 추가로 요청한 증인 2명이 참석한다. 이영하의 법률대리인 김선웅 변호사는 “3월 3일에 이어 4월에 한 번 더 공판이 있으면 결국 5~6월 정도 선고가 될 것 같다”라고 재판의 장기화를 예상했다.
6월 1심 선고가 나온다고 곧바로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죄로 결론이 날 경우 피해자 측의 항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만일 유죄 판결이 난다면 법적 처벌은 물론 KBO와 두산 구단의 징계가 불가피하다. 최악의 경우 2023년을 법정 싸움과 징계로 보낼 수도 있는 것이다.
3년 전만 해도 이영하의 가시밭길을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과거 이영하의 선발 등판을 기다리던 야구 팬들이 이제는 그의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