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26·두산)의 학교폭력 재판이 장기화되고 있다. 검찰 측이 증인을 추가로 요청하며 빨라도 오는 6월은 돼야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하는 20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학교폭력 관련 3차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3차 공판에서는 검찰 측이 증인으로 요청한 박모씨가 증인으로 나섰다. 박모씨는 이영하, 김대현(LG)의 선린인터넷고 2년 후배로, 이들로부터 당한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최초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인물이다.
박모씨가 야구 커뮤니티에 피해를 호소한 건 지난 2021년 3월. 당시 게시물을 올린 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조모씨에 연락을 취해 허위진술이 아니란 걸 입증해달라고 요청했다. 조모씨는 박모씨의 선린인터넷고 1년 선배다.
박모씨는 “당시 프로배구 쌍둥이자매의 학교폭력 사건이 터졌다. 난 군인 신분이었는데 동기 중에 두산 팬이 있었고, 그에게 이영하에게 고교 시절 당했던 피해 사실을 자주 이야기했다. 그런 가운데 동기가 ‘너도 게시물을 올려봐라’라고 부추기면서 올리게 됐다. 이영하가 TV에 자주 나와서 힘들었는데 쌍둥이자매 사건을 보고 동기부여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박모씨는 지난 2015년 1월 대만전지훈련 당시 이영하로부터 당한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박모씨는 “대만 호텔 내에서 이영하가 후배를 집합시키고 머리를 박게 한 기억이 있다. 이영하가 호텔 복도에서 갑자기 빈방으로 오라고 해서 방망이로 한 차례 가격당한 적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운동할 때는 이영하가 후배들이 파이팅을 외치지 않거나 행동을 잘하지 못했을 경우 집합 또는 머리박기를 시켰다. 이영하의 기준에 못 미치거나 선후배간의 예의를 지키지 않을 때 그랬다”라고 덧붙였다.
이영하의 자취방 심부름과 관련해서는 “이영하 방의 빨래, 청소, 가사일을 한 적이 있다. 10번은 넘게 갔다”라고 주장했다.
공소 사실을 부인하는 이영하 측은 박모씨의 증언을 선택적 기억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공판에서 박모씨는 검찰 신문에 증언하면서 일부 피해 사실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함구했다.
이영하의 법률대리인 김선웅 변호사는 “피해자(조모씨)의 피해를 직접 본 것도 있다고 하지만 공소사실과 관련해서 본인이 직접 본 사실이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은 추가로 다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물론 재판장이 판단할 사안이지만 신빙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까 싶다.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증인이 이야기했듯 이영하는 투수조장으로서 훈련을 잘못하거나 선후배 관계 예의를 안 지켰을 경우 집합을 했다고 했다. 조장으로서 싫은 소리를 당연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조장 역할과 관련해서도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음 증인 심문기일을 3월 3일로 잡았다. 검찰 측이 추가로 요청한 증인 2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선웅 변호사는 “3월 3일에 이어 4월에 한 번 더 공판이 있으면 그 때 끝나서 5~6월 정도 선고가 될 것 같다”라며 “이영하가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지만 우리는 빨리 무죄를 증명하고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라고 재판의 장기화를 예상했다.
이영하는 2021년 2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교 시절 이영하와 김대현으로부터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게시글이 올라오며 학폭 미투 사태에 휘말렸다. 이후 한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이 폭로자를 인터뷰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한동안 잠잠했던 두 선수의 학폭 미투 사태는 최근 피해자가 스포츠 윤리센터에 이들을 신고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후 경찰 수사와 함께 재판 회부가 결정되면서 지난해 9월 첫 번째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당시 2015년 고교 3학년이었던 이영하의 선린인터넷고 1년 후배인 조씨를 향한 전기 파리채 사용, 야간훈련 시 괴롭힘, 대만 전지훈련 당시 피해자의 라면 갈취 및 가혹행위 등을 혐의로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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