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한테 강했던 모습을 기대한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지난해 11월 트레이드로 KIA에서 한화에 온 우완 투수 한승혁(31)에게 이렇게 말했다. 수베로 감독에게 한승혁은 좋은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지난해 한화전 4경기 1승 평균자책점 2.40로 호투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5월6일 대전 경기에서 6이닝 5피안타 2볼넷 1사구 7탈삼진 2실점(1자책) 퀄리티 스타트로 선발승을 거뒀다. 이날뿐만 아니라 대전 경기에선 꾸준하게 잘 던졌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통산 15경기(26⅔이닝) 2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3.38 탈삼진 26개를 기록했다. 타선이 약한 한화 상대로 거둔 기록이지만 광주 한화전 통산 평균자책점(4.10)보다 훨씬 좋았다. 한화 포함 전구단 상대 통산 평균자책점(5.84)과 비교하면 대전에서 한승혁은 확연하게 좋았다.
한승혁은 “대전을 이제 홈구장으로 쓰니 조금 더 편안하게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대전구장이 좋다. (포수 뒤 백네트) 뒤에 공간이 넓지 않아 투수 입장에서 조금 더 집중이 잘되는 부분이 있다. 구장 구조상 집중하기 좋은 마운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이글스파크가 좋은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14년 리모델링을 통해 포수 뒷자석이 생긴 이글스파크는 백네트 공간이 짧아졌다. 기존에는 23m로 가장 넓었지만 16m로 줄었다. 파울 플라이 공간은 좁아졌지만 백네트 거리가 짧아 투수들 입장에선 폭투 부담이 적어진다. 폭투가 많은 편인 한승혁에게 이글스파크와의 궁합은 기대할 만하다.
한승혁은 “개인적으로 내게 트레이드는 잘됐다고 생각한다. 트레이드 이후 KIA에 (기대에 보답하지 못한) 아쉬움을 많이 얘기했는데 이제는 안 하려 한다. 새로운 팀에 온 만큼 한화에 집중하겠다.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새로 만난 동료들과 함께 잘 적응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화는 한승혁을 선발과 구원, 양쪽을 넘나드는 스윙맨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승혁은 “작년 같은 경우 제대 이후 첫 (풀타임) 시즌이었는데 몸을 빨리 준비하는 게 잘되지 않았다. 착실하게 몸을 풀 수 있는 선발을 선호하긴 했지만 작년 1년을 뛰면서 몸 상태가 좋아졌다”며 “팀이 원하는 보직과 방향에 맞추겠다. 개인 욕심보다 팀이 원하는 것에 따라갈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혁을 트레이드로 데려온 손혁 한화 단장은 그의 제구 불안보다 빠른 공에 집중하고 있다. 단점 보완에 매몰되기보다 강점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승혁도 새 시즌 준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직구 구위다. 부상 없이 직구 구위를 끌어올리느냐가 중요하다”며 “한화에 와보니 강속구 투수들이 많이 있더라. 이렇게 많은 줄 몰랐는데 놀랐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젊은 선수들이 많다. 서로 좋은 경쟁을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19일 대전에서 구단 용품 지급일을 맞아 한화 유니폼을 입고 프로필 촬영에 나선 한승혁은 등번호로 26번을 달았다. 지난해 KIA에서 쓴 번호. 포수 허관회가 48번으로 번호 이동하면서 26번을 택했다. 한승혁은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성적을 떠나 지난해 오랜만에 아프지 않고 야구했다. 한화에 처음 왔는데 아프면 안 된다. 부상 없이 하고 싶은 마음에 26번을 다시 달았다”며 건강하게 시즌 완주를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