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은 처음 입었어요. 많이 새롭네요.”
한화가 7년 만에 외부 FA 영입한 강타자 채은성(33)에게 아직 이글스 유니폼은 조금 어색하다. 등번호는 22번도 낯설다. 유니폼과 번호를 모두 바꾼 채은성이 한화맨으로 본격적인 새출발에 나선다.
19일 대전에서 한화 구단 용품을 지급받고 선수단 프로필 촬영을 한 채은성은 “유니폼은 처음 입었다. 많이 새롭네요”라며 웃은 뒤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게 돼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등번호도 LG 시절 쓰던 55번에서 22번으로 바꿨다. 지난 2009년 LG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채은성은 2013년 102번으로 세 자릿수 등번호를 썼다. 2014년 정식선수 전환 후 54번을 받았고, 2015년에는 00번으로 변경했다. 1군 주전 선수로 자리잡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쓰던 55번을 썼지만 한화 이적 후 22번으로 새출발한다.
채은성은 “처음 입단할 때는 세 자릿수 번호였다. 야구를 잘할 때부터 55번을 달았지만 처음부터 단 번호는 아니다. (한화에서) 55번을 쓰고 있는 (강)재민이가 입단 때부터 달던 번호이기 때문에 빼앗고 싶지 않았다. 남은 번호 중 가장 괜찮은 22번을 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입단한 투수 강재민은 첫 해 62번을 썼고, 이듬해부터 55번을 사용 중이다.
채은성이 22번을 선택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채은성은 “같은 숫자가 붙어있는 번호를 좋아한다. 22번이 마침 비어 있었다. 22번은 (김)현수형이 LG에 와서 쓴 번호”라고 설명했다.
두산 시절 50번을 달았던 김현수는 메이저리그를 거쳐 2018년 LG로 FA 이적하면서 22번을 썼다. 김현수와 5년을 함께한 채은성은 “현수형 옆에 붙어서 오랜 시간 같이 운동했다. 워낙 많은 것을 알려줬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던 형”이라면서 김현수처럼 좋은 선배가 되고 싶은 마음을 새 등번호에 담았다.
이어 채은성은 “현수형은 대단한 사람이다. 보고 있으면 야구를 잘할 수밖에 없다. 그만한 위치에 올라갔고, 부와 명예가 있는데도 안주하지 않는 것을 보면 배울 게 많은 형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진짜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연습도 많이 하고, 연구도 많이 한다.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 스트레스 받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며 깨달음을 준 선배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LG는 김현수가 입단한 뒤 선수단 문화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비활동기간부터 스프링캠프 기간 후배들을 데리고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이어가 ‘김관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평소 후배들에게 자극이 되는 쓴소리를 하면서 뒤에서 용품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말만 하지 않고 스스로 먼저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고 성적으로 보여줬다.
김현수 효과를 누리며 LG 중심타자로 성장한 채은성은 FA 협상 때도 손혁 한화 단장에게 김현수가 LG에 와서 미친 영향력을 이야기했다. 손혁 단장은 “채은성이 김현수에게 고참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보고 많이 배웠다고 하더라. 어린 선수들이 많은 우리 팀에도 그런 고참이 필요한다”고 말했다. 김현수의 22번을 한화에서 쓰는 채은성에게 기대하는 영향력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