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엽 감독은 왜 많은 선수들 가운데 2023시즌 주장으로 허경민(33)을 낙점했을까.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41주년 창단기념식에서 “2023시즌 주장으로 허경민을 선임했다”라고 발표했다.
김재환 주장 체제로 2022시즌을 치른 두산은 이승엽 감독 선임과 함께 주장 또한 새롭게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해 이천 마무리캠프 때부터 허경민을 차기 주장으로 생각했고, 선수와의 개별 면담 시간에서 공식적으로 주장직을 제안했다.
이번 주장 교체는 지난해 부진한 김재환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것도 있지만 사령탑은 무엇보다 허경민의 성숙한 마인드를 높이 샀다. 이 감독은 “허경민은 조용하지 않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수다. 여기에 리더십과 팀퍼스트 정신까지 갖추고 있다. 이제 주장을 할 나이도 됐다”라고 설명했다. 양의지, 홍건희, 정수빈, 양석환 등 주장 후보들 가운데 허경민이 뉴 캡틴으로 뽑힌 이유다.
이 감독은 지도자 데뷔 첫해인 만큼 코칭스태프와 선수의 가교 역할을 하는 주장직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당연히 주장에게 바라는 점도 많다. 이 감독은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또 선수들 사이의 관계가 팀 성적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종목이 야구다”라며 “우리는 사실상 일주일 내내 만나는 가족 같은 공동체다. 물론 코칭스태프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주장은 선수들을 이끌고 어떻게 팀이 높은 곳으로 갈지 고민하는 자리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경민이 힘들겠지만 프런트, 코칭스태프, 선수 사이에서 역할을 잘해줬으면 한다. 좋은 팀은 외부에서 싸우지, 내부에서 싸우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서는 1년 동안 지지고 볶으면서 싸워야겠지만 팀 내부는 가족 같은 분위기가 중요하다. 허경민이 그 역할을 하는 주장이 되길 바란다”라고 구체적인 바람을 전했다.
허경민의 각오 또한 남다르다. 어느덧 33살이 된 그는 “두산 입단 후 가을야구 못 간 게 두 번째다. 9위는 처음이다. 비시즌이 정말 길었다”라며 “작년까지는 동생들에게 잘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제는 보여줘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려고 팬들도 야구장을 찾아주시는 것이다. 성장을 하는 두산이 아닌 이기는 두산을 보러 오시는 것이다. 선수들 모두 조금은 마음을 강하게 먹고 2월 1일에 만났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광주일고 출신의 허경민은 2009 두산 2차 1라운드 7순위로 입단해 14시즌을 베어스에서만 보낸 원클럽맨이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성실한 훈련 태도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이며, 2021시즌에 앞서 4+3년 총액 85억원에 FA 계약하며 종신 두산맨을 선언했다. 허경민은 탁월한 리더십으로 이전부터 주장으로 거론됐던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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