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1년만 늦췄다면?
롯데 자이언츠가 2023 스토브리그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지난 17일 FA시장에서 미아로 남아있던 우완 한현희(29)를 전격 영입했다. 3+1년 최대 40억 원의 조건이다. 배보다 큰 배꼽 옵션 22억 원을 집어넣어 동기부여와 함께 리스크도 줄였다. 선수보상까지 감수할 작정으로 과감하게 영입했다.
65승105홀드의 실적을 낸 투수이다. 선발과 불펜 경험이 풍부해 당장 1군 마운드 전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평가하고 영입했다. 최근 3년 째 하락세이지만 고향에서 다시 한번 주전투수로 반등하겠다는 의지도 남다르다. 체중 9kg 감량해 홀쭉해진 얼굴로 등장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롯데의 광폭행보가 스프링캠프 직전까지도 이어진 셈이다. 롯데는 지난 2년 간의 리빌딩 기조를 바꾸고 올해는 성적을 내겠다는 윈나우로 행보를 보였다. 스토브리그에서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포수 유강남을 4년 80억 원을 안겨주고 잡았다.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던 안방을 강화했다.
이어 3루와 유격수가 가능한 노진혁도 4년 50억 원에 영입했다. 내야 수비 강화 뿐만 아니라 한 때 20홈런을 터트렸던 노진혁이 가세한 선수 구성의 짜임새가 훨씬 단단해질 전망이다. 이어 두 달간의 장고 끝에 투수 한현희까지 잡았다. FA 영입 가능한 3명을 모두 채웠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2시즌을 마치고 방출된 선수 가운데 투수 차우찬, 김상수, 윤명준, 신정락, 포수 이정훈, 외야수 안권수를 영입했다. 풀타임은 아니더라도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력들이다. 스토브리그에서 무려 9명의 1군용 선수들을 폭퐁 보강한 것이다.
이런 폭풍 영입을 통해 롯데는 상위권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안경에이스' 박세웅과 장기계약을 맺고 입대를 1년 늦추었다. 올해는 포스트시즌에 도전해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래리 서튼 감독도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아 가을야구에 도전한다.
작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이대호가 그대로 타선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폭풍영입이 이대호 은퇴로 생긴 공백을 메우는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대호가 함께 했다면 폭풍 영입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마운드와 수비력은 탄탄해졌으나 주포 이대호가 빠진 타선은 아쉬움이 남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대호는 작년 은퇴 시즌에 타율 3할3푼1리(4위) 23홈런(공동 5위) 101타점(4위) OPS 0.883, 득점권 타율 3할1푼9리의 우등성적을 냈다. 은퇴하면서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챙기는 신기원을 이루었다. 은퇴를 1년만 미루었다면 '최강야구' 가 아닌 비원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을지도 모를 일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