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KBO에 눈부신 가문이 있다. 바람의 패밀리다. 아들과 손자가 대를 이어 MVP에 등극했다. 그리고 손녀마저 구원왕과 혼인했다. 명실상부한 명문가다. 그런가 하면 메이저리그에도 ‘아버지와 아들’이 많다. 알로마, 필더, 그리피, 본즈, 아쿠냐, 타티스 부자가 유명하다.
그러나 이 모두를 뛰어넘는 가문이 있다. 게레로 가(家)다. 그 중심은 불세출의 스타 블라디미르 게레로 시니어(48)다. MVP 1회(2004년), 올스타 9회에 빛난다.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DNA는 강력했다. 아들 2명이 메이저리거로 성장했다. 첫째는 이미 정상급 선수다. 류현진의 동료로 친숙한 블게주(24ㆍ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다. 2021년 48홈런으로 AL 1위에 올랐다. MVP 투표에서는 오타니 쇼헤이를 위협한 2위였다.
며칠 전에는 동생인 파블로(17)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했다. 아버지, 형과 비슷한 오른손 파워 히터다. 포지션은 3루와 외야를 오간다. 앞으로는 타격을 살리기 위해 1루수로 옮길 계획이다.
여기까지도 대단하다. 벌써 3부자다. 하지만 놀라긴 이르다. 두 명이 더 있다. 아버지와 같은 영광을 꿈꾸며 땀을 흘리고 있다.
블라디 미겔이라는 이름이다. 파블로와 같은 17살이다. 아버지나 형제들과 다른 점은 왼손 타자라는 점이다. 공통점은 강력한 스윙이다. 15살 때 영상에서도 담장을 쉽게 넘기는 괴력을 발휘했다. 역시 국제 유망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계약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또 한 명은 윌튼이다. 올해 14세다. 같은 이름의 빅리거가 있었다. 박찬호 시기에 다저스의 유틸리티였다. 그가 큰 아버지, 그러니까 블라디미르의 형이다. 빠른 발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열심히 수련 중이다.
수년 전이다. 법원에 민사소송 하나가 접수됐다. 원고는 헤이디 오간도라는 여성이다. 피고소인은 블라디미르 게레로였다. 내용은 양육비 청구였다. 아이 2명을 키우는데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라는 요구다.
당시 재판 기록이 미디어를 통해 공개됐다.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친자 확인을 통해 피고가 부양 의무를 진 자녀는 8명이었다. 이들의 어머니는 모두 5명이었다. 이들에게 각각 지급해야 할 양육비 내역은 다음과 같다.
여성 #1 (아이 1명) : 5237달러 (약 650만원)
여성 #2 (아이 1명) : 3214달러 (약 400만원)
여성 #3 (아이 2명) : 1655달러 (약 200만원)
여성 #4 (아이 2명) : 3465달러 (약 430만원)
원고 오간도 (아이 2명) : 1만 2050달러 (약 1500만원)
게레로는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를 지급해야 했다. 한달 총액은 2만 5621달러(약 3177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법원은 “피고가 MLB 활동을 통해 큰 수입을 올렸다. 현재 2500만 달러(약 310억원) 이상의 주식과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지급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얼마전 그의 가족관계가 업데이트 됐다. 파트너의 숫자는 명확치 않다. 자녀는 9명으로 나타났다. 5남 4녀다. 그러니까 아들 다섯 중 넷이 야구 선수인 셈이다.
아버지의 별명은 ‘괴수’였다. 인상과 달리 클럽 하우스 내 평판은 괜찮다. 온건하고 예의 바른 리더였다. 동료들과 신망도 두터웠다. 신앙생활도 열심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향(도미니카)에 있는 홀어머니의 생계도 모두 책임지는 효자였다.
그는 16시즌 동안 449홈런과 .318/.379/.553(타출장)의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2018년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했다. 현역시절 배드볼 히터로 유명했다. 스트라이크 여부나 코스를 가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심지어 바운드 되는 나쁜 공도 홈런으로 만들었다. 이런 성향은 사생활에도 드러난 것 같다. 법원 기록에 나타난 복잡한 편력이 그렇다. 물론 덕분에 MLB 최고의 패밀리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