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프로야구를 국민스포츠 반열에 올려놓은 두산 이승엽 감독이 오는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출전을 앞둔 후배들을 향해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오는 3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023 WBC에 출전한다. 9일 호주와의 본선 1라운드 첫 경기를 시작으로 10일 일본, 12일 체코, 13일 중국을 차례로 상대하며, 조 2위 안에 들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대표팀의 목표는 WBC 4강 신화 재현이다.
WBC는 2008 베이징올림픽과 함께 한국야구의 부흥을 이끈 국제대회로 꼽힌다. 한국은 초대 대회인 2006년 3위에 오른 뒤 2009년 일본에 이어 준우승 쾌거를 이루며 세계야구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올라섰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더해 2006~2009년은 지금의 국민스포츠 야구를 있게 한 시기다.
그러나 그 이후의 WBC는 참사, 악몽이라는 단어로 기억되고 있다. 2013년 대회서 2승 1패를 거두고도 대만, 네덜란드에 밀려 1라운드에서 탈락했고, 2017년에는 고척돔 개최라는 홈 어드밴티지를 안고도 이스라엘, 네덜란드에 일격을 당하며 1승 2패로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은 이후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도 4위에 그치며 디펜딩챔피언의 자존심을 구겼다.
이승엽 감독은 한국야구의 부흥을 이끈 장본인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2006년 WBC 홈런왕(5개)에 이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예선리그 부진을 겪다가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극적인 역전 결승 투런포를 치며 국민 영웅으로 올라섰다.
이 감독은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들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본 베이징 키즈들이 지금 프로에서 활약하고 있다. 국제대회 영향력이 그 정도로 크다”라며 “지금 야구를 하는 어린 친구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뛰어줬으면 한다. WBC 성적이 한국야구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남겼다.
이어 “물론 3월 초에는 몸을 완벽하게 만들 수 없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충분히 할 수 있다. 태극마크의 소중함을 알고, 귀국할 때 많은 팬들의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싸워줬으면 한다. 나 역시 응원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두산은 WBC 대표팀에 포수 양의지, 투수 곽빈, 정철원 등 3명이 승선했다. 이 감독은 “투수 2명이 페이스를 빨리 올려야 해서 걱정되지만 양의지가 함께 가서 안심이 된다”라며 “한국 야구를 대표해서 가는 만큼 두산은 잠시 미뤄두고 정말 팔이 빠지도록 던져서 승리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웃으면서 두산에 돌아오길 바란다”라고 소속팀 선수들을 향한 조언을 남겼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팁도 공개했다. 이 감독은 “초반에 못하면 된다”라고 농담하며 “나 같은 경우 매 번 초반에 부진하다가 마지막에 임팩트를 남겼다. 물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났지만 그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 이번 WBC에서는 처음부터 치고나가는 선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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