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고 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외부 FA 3명 영입 한도를 꽉 채운 올 겨울 롯데도 그렇다. 내부 FA 투수 강리호(개명 전 강윤구)가 구단 만류를 뿌리치고 권리 신청을 하지 않았더라면 한현희 영입은 어려웠을 것이다.
KBO 규약 제173조 ‘FA 획득의 제한’에 따르면 FA 신청 선수가 1~10명이면 1명, 11~20명이면 2명, 21~30명이면 3명, 31명 이상이면 4명까지 한 팀당 최대 영입 가능하다. 내부 FA들을 제외한 외부 FA 계약 기준으로 한도가 정해져 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2023년 FA 자격 선수 40명 중 21명이 권리를 신청했다. 21~30명 구간에 딱 턱걸이하면서 팀당 최대 3명까지 외부 FA 영입이 가능해졌다. 만약 1명만 덜 신청했더라면 11~20명 구간에 걸려 팀당 2명으로 외부 FA 영입이 제한됐을 것이다.
한화가 외야수 채은성, 투수 이태양, 내야수 오선진을 영입하며 외부 FA 계약 한도를 먼저 채웠다. 이어 롯데가 포수 유강남, 내야수 노진혁 영입에 끝나지 않고 남은 한 자리를 채웠다. 지난 17일 투수 한현희를 3+1년 최대 40억원, 3년 보장 18억원에 데려오며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
시장에 남은 4명의 FA 미계약 선수(정찬헌·강리호·이명기·권희동)이 아니었더라면 한화나 롯데 모두 3명 영입이 불가능했다. 특히 원소속팀 롯데의 만류를 뿌리친 강리호의 FA 신청이 결과적으로는 롯데의 외부 FA 3명 영입을 가능하게 했으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사인&트레이드 형식을 취하면 외부 FA 계약 한도에 관계 없이 추가 영입을 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한현희의 원소속팀 키움이 사인&트레이드에 미온적이었고, 하더라도 카드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시장을 관망하던 롯데는 사인&트레이드 대신 과감하게 FA 영입으로 한현희를 데려왔다. 유강남과 노진혁 영입으로 취약 포지션이었던 포수, 유격수를 보강한 데 이어 한현희로 투수 뎁스까지 강화했다. 화끈한 윈나우 행보를 이어가며 단숨에 5강 전력으로 뛰어올랐다.
반면 과감하게 FA 시장에 나온 강리호는 아직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연봉 7300만원인 강리호는 보상선수가 필요하지 않는 C등급으로 전년도 연봉의 150%, 보상금 1억950만원으로 보상 규모가 크지 않다. 냉정한 시장 평가 속에 시간이 흐르면서 롯데와의 재계약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