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거포의 부활을 위해 주장까지 교체했다. 김재환(35)은 FA 계약 2년차를 맞아 두산 4번타자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41주년 창단 기념식에서 2023시즌을 이끌 주장으로 허경민(33)을 낙점했다.
작년 김재환 주장 체제로 한 시즌을 치른 두산. 신임 사령탑은 왜 그에게 다시 주장직을 맡기지 않은 것일까. 이승엽 감독은 “김재환 선수가 작년에 부진했고, 부담도 갖고 있었다”라며 “아무래도 팀 주포이기 때문에 그 선수가 경기에서 안 좋아지면 팀 분위기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주장까지 맡으면 부담이 배가될 것 같아서 바꿔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재환은 2022시즌에 앞서 4년 115억 원 잭팟을 터트리며 두산에 잔류했지만 128경기 타율 2할4푼8리 23홈런 72타점 OPS .800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슬럼프가 장기화되며 8월까지 타율이 2할대 초반에 머물렀고, 9월 반짝 반등하며 3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했지만 이를 김재환의 부활로 보는 이는 없었다. 김재환은 2018시즌 44홈런을 치며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던 선수다.
두산이 새로운 왕조를 구축하기 위해선 4번타자가 반드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지난해 창단 첫 9위 수모 뒤에는 김재환, 양석환 등 중심타자들의 극심한 부진이 있었다. 이에 이승엽 감독은 취임식부터 “두산의 장타는 4번타자가 쳐줘야 한다. 30개 이상 쳐야 시너지효과로 3, 5, 6, 7번타자까지 많은 장타력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2022년 팀 홈런이 101개더라. 4번타자가 40개를 쳤으면 130개까지 올라갔을 텐데. 타율도 2할5푼이다. 6월에는 2할4푼 정도 쳤으니 팀 타율보다 낮다”라며 “연습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한 데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네가 무엇이 문제인지 그걸 고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코토 코치가 잘하시겠지만 네 스스로 뭐가 문제였는지 파악해야 한다”라고 선수에게 직접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새롭게 주장을 맡은 허경민 또한 김재환이 거포 본능을 되찾길 기원했다. 허경민은 “(김)재환이 형이 그 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4번타자와 주장을 같이 하면서 힘든 부분이 배가됐을 텐데 묵묵히 역할해주신 걸 보면서 후배로서 감사했다. 이제 두산 4번타자로서 홈런을 많이 쳐주시고, 고생은 내가 하겠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4번타자의 부활을 위해 주장까지 교체하는 결단을 내린 이승엽 감독. 김재환이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4번타자 아래서 2018년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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