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최하위로 암흑기를 보내는 한화이지만 대형 투수 유망주를 계속 모으며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잠재력을 뽐낸 ‘158km 괴물’ 문동주(20)에 이어 올해도 전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156km 파이어볼러’ 김서현(19)이 들어왔다.
하지만 한화의 특급 투수 유망주는 두 선수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뽑힌 우완 투수 박준영(20)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2군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13경기(56⅔이닝) 5승2패1홀드 평균자책점 3.81 탈삼진 50개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1군에선 5경기 1패 평균자책점 10.64로 높은 벽을 실감했다. 마지막 2경기를 선발로 나서 모두 5실점했지만 최고 149km를 던졌다. 10월2일 대전 KIA전은 1~2회 연속 삼자범퇴로 막았고, 10월8일 창원 NC전은 1회 4실점으로 흔들렸지만 이후 3⅔이닝 1실점으로 버텼다.
데뷔 첫 시즌을 마친 박준영은 지난달 초부터 청주 집과 대전 홈구장을 출퇴근하며 개인 훈련 중이다. 적잖은 거리지만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며 웨이트, 캐치볼로 새 시즌을 부지런하게 준비하고 있다.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이 문동주, 김서현에게 쏠린 사이 조용히 칼을 갈고 있다.
그는 지난해를 돌아보며 “개막 엔트리에 들 때만 해도 잘할 줄 알았다”며 웃은 뒤 “득과 실이 모두 있었지만 뜻깊은 득이 많았다. 경기 흐름과 타자 상대하는 방법을 배웠다. 1군과 2군 모두 선발로 던지면서 여러 경험을 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원호 한화 퓨처스 감독은 “박준영의 장점은 공이 묵직하다는 것이다. 상하 무브먼트가 평균보다 덜 떨어져 박준영의 패스트볼에 상대 타자의 헛스윙과 팝플라이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박준영도 “다들 구위가 좋다고 해주셔서 직구를 자신 있게 던졌다. 상하 위주로 로케이션하면서 장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190cm 큰 키에서 오버핸드로 내리꽂는 묵직한 직구가 좋지만 이 공을 더 살릴 수 있는 확실한 변화구를 만드는 게 과제. 그는 “카운트가 유리할 때 던질 수 있는 공은 많았지만 불리할 때 확실하게 던질 결정구가 없었다. 올해는 그런 공을 딱 하나 정해놓고 시작하려 한다. 포크볼이다. 원래는 스플리터였는데 공을 더 깊게 끼고 잡은 포크볼의 무브먼트가 더 컸다. (높낮이를 활용하는) 장점에 맞춰 포크볼도 살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선발로 경험을 쌓은 박준영은 올해 불펜으로 보직이 바뀔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구위가 좋지만 구속의 지속성이 떨어진 만큼 짧은 이닝을 집중해 던지는 것도 장점을 살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백스윙이 짧아 타자 타이밍을 빼앗기 좋은 투구폼도 구원으로 유리한 면이 있다.
박준영은 “선발이든 불펜이든 기회가 오면 잘 던질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보직은 원래 선발만 생각했는데 그건 저만의 생각이다. 어떤 보직이든 첫 승부터 하고 싶다. 아프지 않고 1군에서 많이 던져야 그런 기회가 온다. 지금부터 준비를 잘해놓겠다”고 힘줘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