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14년 만에 성사된 한일전으로 기대를 모은다. 나란히 1라운드 B조에 속한 한국과 일본은 오는 3월10일 일본 도쿄돔에서 맞대결을 갖는다. 지난 2009년 제2회 WBC 결승전 이후 14년 만이다.
이번 WBC를 앞두고 양국은 나란히 혼혈 빅리거를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발탁했다. 한국은 내야수 토미 에드먼(28), 일본은 외야수 라스 눗바(26)를 30인 최종 엔트리에 포함했다다. 두 선수 모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인데 WBC에선 숙명의 한일전에서 적으로 만난다.
WBC는 자신의 국적뿐만 아니라 부모의 나라, 출생지에 따라 선수 본인이 참가국을 선택할 수 있다. 앞서 4번의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 모두 자국 국적을 가진 선수들로만 대표팀을 구성했지만 이번에는 순혈주의를 깨고 혼혈 선수들에게도 문호 개방을 했다.
에드먼과 눗바 모두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어머니의 나라를 위해 한일 양국의 WBC 대표팀 합류 요청을 받아들였다. 두 선수는 지난 15~16일(이하 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지역 방송 ‘KSDK’을 비롯해 미국·일본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나란히 WBC 참가 소감을 밝혔는데 내용도 비슷하다.
에드먼은 “한국계 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한국 대표팀에 뛸 수 있게 돼 정말 영광이다. 그동안 내 인생에서 나의 뿌리인 한국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이번이 가장 큰 기회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한국인들이 나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며 “한국어 공부도 시작했다. (일본에서 열리는) 1라운드에 어머니, 할머니, 누나, 아내와 장인, 장모 모두 온다. 온 가족에게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눗바도 “매우 영광스럽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가족에게 믿기지 않는 일이다. 어머니에게도 미디어의 연락이 계속 가고 있다. 어머니도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 한다. 어머니에게 특별한 일이다”며 “새로운 언어를 한 달 만에 배우긴 어렵지만 공부를 하고 있다. 어머니가 일본 국가를 집에서 부르면 따라하기도 한다. 일본에 가서 일본 문화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나쁜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에드먼은 한일전의 특수성도 벌써 파악했다. 그는 “한국에도 훌륭한 선수들이 많지만 일본에도 많다. 라이벌 관계의 한 부분을 맡게 된 것이 흥분된다. 일본에서 유명한 야구장 도쿄돔에서 일본을 상대할 수 있게 돼 더욱 기대된다. 멋진 승부가 될 것이다”며 “눗바와 대결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친한 친구이고, 서로 욕을 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즐겁고 흥분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눗바도 도쿄돔 방문을 기다린다. 그는 “영상으로 도쿄돔을 봤다. 일본에서 자란 어머니는 경기를 보러 도쿄돔에 몇 번 간 것 같다. 각 팀마다 응원석이 있어 유럽 축구 같은 느낌이다. 일본인들은 야구를 매주 좋아하기 때문에 일본 경기의 열기가 고조될 것이다. 3월에 월드시리즈 같은 분위기에서 뛸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며 일본의 야구 열기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이야기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에드먼이 눗바보다 더 좋다. 스위치히터 내야수로 지난 2019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데뷔한 에드먼은 4년간 통산 459경기 타율 2할6푼9리 471안타 40홈런 175타점 79도루 OPS .732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수비력이 출중하다. 유격수 김하성(샌디에이고)과 함께 WBC에서 특급 키스톤 콤비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우투좌타 외야수 눗바는 지난 2021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지난해 108경기 타율 2할2푼8리 66안타 14홈런 40타점 OPS .788을 기록하며 풀타임 빅리거로 자리매김했다. 타율은 낮아도 선구안이 좋고, 장타력이 뛰어나다. 수비도 외야 3개 포지션 커버가 가능해 외야수를 4명만 선발한 일본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