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기가 달리 필요 없었다. NC 다이노스 이적 1년차에 박건우(33)는 팀 공격을 사실상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다시 팀의 주축 FA 이탈의 공백을 채워야 한다. 또 다시 공백과의 싸움이다.
NC는 2년 연속 FA로 주축 선수들이 이탈했다. 2021년 시즌이 끝나고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이 FA 자격을 얻은 뒤 고향팀 KIA와 6년 150억 원 계약을 맺고 떠났다. 그리고 지난해 연말에는 우승 주역이자 투타의 핵심이었던 포수 양의지가 친정팀 두산과 4+2년 152억 원 계약을 체결하고 이적했다.
총합 302억 원의 초대형 계약들이었다. 그만한 금액을 받을만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두 선수 모두 NC에서 쉽게 대체하기 힘든 존재였고 302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NC는 두 선수의 이탈에도 공백이 없게끔 준비했다. 나성범의 공백은 박건우와 6년 100억 원, 손아섭과 4년 64억 원에 계약하면서 채우려고 했다. 그리고 박건우는 이적 1년차에 별다른 적응기 없이 팀 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허벅지 부상으로 한 달 넘게 결장하면서 온전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그라운드에 있는 순간만큼은 상대는 두려워했던 존재였고 팀에는 든든한 존재였다. 111경기 타율 3할3푼6리(408타수 137안타) 10홈런 61타점 52득점 OPS .866의 성적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막판에는 규정타석을 채우며 타격왕 경쟁에 합류하기도 했다.
또한 중견수 자리에서 종횡무진 움직이며 넓은 창원 NC파크 외야 중앙을 책임졌다. ‘스포츠투아이’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은 4.56으로 팀 내 1위였다. 풀타임이 아니었음에도 박건우의 퍼포먼스와 팀 내 기여도는 상당했다. 이 정도면 이적 1년차에 적응기 없이 완벽하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고 나성범의 이탈 공백도 어느정도 채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적 2년차. 이제 박건우는 또 한 의 핵심 선수인 양의지의 이탈 공백까지 채워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지난해 양의지는 타율 2할8푼3리 20홈런 94타점 OPS .860의 성적을 남겼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딛고도 해결사 역할을 했다. WAR은 4.55로 박건우에 이은 팀 내 2위였다. 포수로서 역량은 차치하고 타석에서의 존재감은 박건우 못지 않았고 파괴력은 그 이상이었다.
새 외국인 타자인 제이슨 마틴의 장타력, 손아섭과 박민우의 부활 등으로 공백을 나눠서 채워야 하지만 박건우도 이전보다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면서 활약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지난해도 더할나위 없는 활약을 했지만 더욱 많은 것을 바라게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고액 FA 선수의 숙명이기도 하다.
지난해 중견수를 봤던 박건우는 올해 마틴에게 자리를 내주고 우익수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체력 안배로 박건우의 공격 생산력을 극대화 하기 위한 방안이다.
양의지의 공백 채우기가 올해 NC의 최대 과제다. 그리고 건강한 박건우에게 상당 부분 역할을 기대할 것이다. 박건우의 이적 2년차는 또 다시 공백과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