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신인 포수 윤준호(23)는 지명 순위(5라운드 49순위)에 비해 화제성이 무척 높은 선수다. 동의대 4학년이었던 지난해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과 함께 뛰며 야구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서글서글한 인상과 빼어난 실력으로 레전드 선배들의 사랑을 받으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특히 최강 몬스터즈를 이끌던 이승엽 감독과 재회로 화제를 모았다. 윤준호가 지난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에 지명을 받은 뒤 한 달 만에 이승엽 감독이 두산 사령탑으로 깜짝 선임된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인연이 실제 프로야구까지 이어졌다.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두산 신인들과 함께 훈련 중인 윤준호는 “감독님을 따로 뵙지는 못하지만 한 번씩 이천에 오실 때마다 인사드린다. 반갑긴 한데 낯설기도 하다”며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별한 인연이긴 하지만 선수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기용해야 하는 감독의 위치는 또 다르다. 윤준호로선 반갑지만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한번은 이천에서 “잘하고 있냐?”는 이 감독의 물음에 윤준호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감독은 “열심히 할 필요 없다. 잘해라”는 묵직한 메시지도 전했다.
최강야구로 주목도가 높아진 것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윤준호는 “제게 좋은 기폭제가 되고 있다. 많은 주목과 관심을 받는 만큼 힘이 된다. 행동도 조심하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있다. 부담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좋게 생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FA로 두산에 복귀한 KBO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의 존재도 출발선에 선 윤준호에게 큰 힘이다. 그는 “아직 실제로 뵌 적은 없는데 우리나라에서 포수하면 양의지 선배님이다. 선배님이 두산에 온다고 했을 때 속으로 혼자 반가워했다”며 “우승도 여러 번 하셨고, 국제대회 경험도 많으시다. 경기를 풀어나가는 부분에서 장점이 있으시다. 잘하는 선배 옆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양의지와 만남을 기다렸다. 내달 호주에서 열리는 1군 스프링캠프 합류가 유력해 양의지와 함께할 기회가 머지않았다.
부산 출신 윤준호는 어릴 때 롯데 주전 포수 강민호(삼성)를 보고 자랐다. 하지만 “원래부터 롤모델이 양의지 선배님이었다”고 웃으며 답한 윤준호는 “포수하면 양의지 선배님이라고 하듯이 언젠가 저도 그런 대명사가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포수로서 블로킹이 좋고, 강견에 송구 능력도 뛰어난 윤준호는 “수비 쪽에 장점이 있다. 포수는 수비가 중요하다. 나의 강점을 잘 살리겠다”면서 “1군에 올라가면 곽빈 선배님, 정철원 선배님의 공을 제일 받아보고 싶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