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김하성 뿐만 아니라 아시아 출신, 혹은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포지션 곳곳에 포진해 있다.
김하성과 다르빗슈 유는 각각 한국과 일본 자국리그에서 화려한 족적을 남기고 메이저리그로 건너온 대표적 선수들이다. 김하성은 포스팅시스템으로 샌디에이고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고 주전 유격수가 됐다. 다르빗슈는 텍사스, LA 다저스, 시카고 컵스 등을 거쳐서 샌디에이고에 합류했고 에이스로 군림하고 있다.
불펜진의 루이스 수아레즈, 닉 마르티네즈는 모두 일본 무대에서 활약을 눈여겨 봤다. 수아레스는 2016~2019년까지 소프트뱅크 호크스, 2020~2021년에는 한신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다. 한신에서 보낸 2시즌에는 67세이브를 수확했다. 마르티네스는 2018~2020년 니혼햄 파이터스, 2021년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활약하고 샌디에이고와 계약했다. 수아레스, 마르티네스 모두 지난해 샌디에이고의 선전에 빼놓을 수 없는 주역 중 한 명이었다.
이렇듯 샌디에이고의 아시아 출신 선수 영입은 꽤나 공격적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아시아 출신 선수가 추가될 수 있었다. KBO리그 NC 다이노스에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활약했던 드류 루친스키(오클랜드)에 샌디에이고 역시도 관심을 보였다.
‘디애슬레틱’의 샌디에이고 담당 기자 데니스 린은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의 2023시즌 로스터를 전망하는 기사에서 ‘소식통에 의하면 루친스키가 오클랜드와 1년 300만 달러 계약을 맺기 전에 샌디에이고도 관심을 보였다’라면서 ‘대신 그 돈을 세스 루고와 맷 카펜터를 영입하는데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12일,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오프시즌을 탐색하는 기사에서도 ‘샌디에이고는 더 많은 선발진이 필요한데 루친스키를 원했다’라고 설명했다.
루친스키는 4시즌 통산 121경기 732⅔이닝 53승36패 191볼넷 657탈삼진 평균자책점 3.06의 성적을 기록했다.구속과 구위는 KBO리그에서 더욱 상승했다. 지난해는 31경기 193⅔이닝 10승12패 34볼넷 194탈삼진 평균자책점 2.91로 커리어 하이 기록을 남겼다.
KBO리그에서 활약을 발판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노렸는데 오클랜드와 1년 보장 300만 달러, 2024년 500만 달러의 구단 옵션이 발동되면 최대 2년 800만 달러까지 규모가 커지는 계약을 맺었다.
루친스키에 관심을 보이기 전에는 많은 구단이 달려들었던 일본프로야구 우완 에이스 센가 고다이와도 접촉하기도 했다. 센가는 뉴욕 메츠와 5년 75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 무대 출신 선수가 샌디에이고에 더 많아질 수 있었다. 루친스키와 센가 모두 계약 성사 단계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아시아 출신 선수들로 재미를 본 샌디에이고가 한국과 일본을 향한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재확인했다.
그러면 과연 이러한 관심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내년에는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메인까지 장식한 ‘바람의 손자’, ‘천재 타자’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올 시즌이 끝나고 포스팅시스템 자격을 얻은 이정후는 키움 구단에 해외 무대 진출 의사를 표출했고 구단도 흔쾌히 승낙했다.
이미 이정후가 데뷔부터 KBO리그를 평정하고 지난해 5관왕과 MVP를 차지한 사실은 메이저리그도 잘 알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도 계약 규모가 1억 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샌디에이고가 이정후에 대한 스카우팅은 완료 했겠지만 관심을 가질지 알 수는 없다. 구단의 시선에 아시아 무대에도 집중하고 있기에 추측을 해보는 것이다.
당장 샌디에이고의 외야진의 주전 자리는 꽉 차있다. 후안 소토라는 슈퍼스타가 있고 골드글러브 2회 수상의 트렌트 그리샴이 있다. 금지약물 징계가 끝나고 돌아올 타티스 주니어도 외야 전향이 유력하다. 백업진은 유망주 호세 아조카,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논텐더 방출된 아담 엥겔로 구성돼 있다.
현재로서는 빡빡하다. 하지만 그리샴은 트레이드 대상자 중 한 명이고 타티스 주니어도 외야 전향이 유력하지만 내야수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2024년 이후 FA가 되는 후안 소토와의 연장 계약도 아직이다.
현재 외야진이 잘 짜여져 있지만 변수가 가득하다. 김하성에게도 4+1년 3900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던 샌디에이고다. 당시 중복 투자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예기치 않았던 비극이었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금지약물 복용 징계가 아이러니하게도 김하성과 계약의 이유를 확인시켰다.
외야진의 변수는 김하성이 영입될 당시보다 더 많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변수를 대비하기 위해 이정후에게 눈독을 들일 수 있다. 투수와 야수 모두 아시아 출신 선수가 성공했고 아시아 야구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없는 샌디에이고만큼 적응하기 쉬운 환경도 찾기 힘들다. 무엇보다 ‘키움 출신 메이저리그 선배’ 김하성이라는 존재가 있다. 이정후에게 샌디에이고 만큼 매력적인 선택지는 없을 것이다.
올 시즌이 끝나고 샌디에이고는 다시 한 번 아시아 침공에 나서게 될까. 그리고 그 대상이 이정후가 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