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한국야구의 미래가 달려있다.”
허구연 KBO 총재는 1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KBO 신인 선수 오리엔테이션에서 환영 인사와 함께 현실적인 조언과 당부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1982년 KBO리그 원년부터 해설위원, 감독, 코치로 40년간 현장을 지킨 야구인 최초 KBO 총재로서 냉정한 현실 파악과 함께 출발선에 선 130명의 새내기들에게 큰 책임감을 심어줬다.
허 총재는 “KBO리그가 41년이 지났다. 새로운 40년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데 제가 볼 때 한국프로야구는 아직 우물 안 개구리다. 우리는 150km 던지는 투수를 보고 ‘와’ 하지만 미국 마이너리그, 일본, 남미에 가보면 그런 투수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허 총재는 “죄송한 말이지만 야구인으로서 수비 플레이를 보면 낯 뜨거울 때도 많다. ‘어떻게 저런 수비가 나오지?’ 싶을 때가 있다.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으로) 여러분이 충분하게 연습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런 것을 핑계 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KBO리그는 수년간 경기력 저하 논란이 있어왔다. 지난 2021년에는 리그 평균 9이닝당 볼넷이 역대 최다 4.19개로 투수들의 제구가 무너졌다. 지난해 정상화된 스트라이크존 확대에 의해 3.45개로 낮췄지만 야수들의 수비 실책은 줄지 않았다. 지난해 720경기에서 총 1130개의 실책이 쏟아졌다. 실책 개수로는 역대 최다. 경기당 평균 1.57개로 1996년(1.69개) 이후 26년 만에 최다 실책 시즌이었다.
야구대표팀의 국가 경쟁력도 예전만 못하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으로 최고 황금기를 보냈지만 2013년과 2017년 WBC에선 연이어 1라운드 탈락 쓴잔을 들이켰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노메달은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갈수록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허 총재가 지난해 봄 취임했다. 올해 3월 WBC부터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등 국제대회들이 기다리고 있다. 본격적인 세대 교체에 나서는 한국 야구에 사활이 걸린 해. 신인 선수들에게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허 총재는 신인들에게 “여러분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성공해야 한다. 한국 야구의 미래가 여러분에게 달려있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 자기 개발에 열중해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