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2504개)의 주인공 박용택(44) KBSN스포츠 해설위원이 2023 신인 선수 오리엔테이션에 강연자로 나섰다.
1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 ‘선배와의 만남’ 시간을 위해 참석한 박용택 위원은 130명의 새내기 선수들에게 진솔한 경험담을 전했다. 등번호 33번이 LG에서 영구 결번되며 KBO리그 40인 레전드에도 선정된 박 위원은 청산유수 언변으로 후배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박 위원은 “지금 이 시간부터 모든 관리는 스스로 해야 한다. 프로 선수가 된 만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내 책임이다. 좋아하는 야구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게 됐으니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돈을 받고 야구하는 것에는 엄청난 책임감이 있다. 몸 관리부터 사람 관리, 멘탈 관리, 돈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적을 내야 하는 프로인 만큼 몸 관리의 중요성을 가장 크게 강조했다. 박 위원은 “몸 관리가 제대로 안 된 선수 중 롱런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잔소리 같지만 지금부터 몸 관리에 습관을 잘 들여야 한다”며 “젊은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을 때 대처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부상 방지를 위해선 미리 몸 관리에 신경쓰고 루틴을 지키면서 내 몸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 어떤 결정을 하는데 있어 트레이닝 파트 소견이 90~95%이지만 나머지 5~10%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나의 몸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트레이닝 파트에서 인정할 정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은 선수 시절 경험을 들려줬다. “후회를 잘 안 하는데 굳이 아쉽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다. 3년차 때 어깨를 다쳤다. 슬랩 부상이 있었다. 요즘 같았으면 무조건 빠졌을 텐데 그때는 달랐다. 치는 건 괜찮기 때문에 시즌 후에 수술하거나 쉬면서 재활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1~2년 (당장의) 기간을 너무 아까워했다. 결국 그런 이유로 많지 않은 나이에 (수비를 포기하고) 지명타자를 일찍 시작했다. 여러 대표팀 유니폼을 입어보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데뷔 2년차였던 지난 2003년 외야수 중 보살 1위(16개)를 차지할 정도로 강견을 자랑한 박 위원이었지만 어깨를 한 번 다친 뒤 치료 타이밍을 놓쳐 나중에는 ‘소녀 어깨’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지난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에도 발탁됐지만 외야 송구가 약화된 뒤로는 더 이상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마쳤지만 처음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하고 재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은퇴한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박 위원은 “프로야구는 길다. 당장 오늘내일이 급하지 않다. 무조건 전진해야 할 때가 있고, 한 템포 쉬어가며 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 아픈 것 참고 하는 건 쉽지 않다. 길게 봤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 됐을 때 여러분도 너무 고민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부상이 있을 때 무리하지 않고 몸부터 보호하길 당부했다.
나아가 박 위원은 “사람 관리도 중요하다. 야구장에 나가면 하루 동안 아주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1군에서 뛰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여러분이 누구인지 안다. 그 사람들은 여러분이 인사를 어떻게 하고 받는지부터 모든 것을 다 보고 평가한다. 팬분들도 마찬가지다. 사인을 해줄 시간이 안 되면 얼마나 양해를 잘 구하는지도 평가된다. 그런 것 하나하나가 나중에 연봉, FA 계약으로 이어진다. 물론 야구 성적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나머지 평가 부분도 신경써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박 위원의 강의는 선수들에게 큰 메시지가 됐다. 한화에 전체 1순위로 지명된 대형 신인 투수 김서현은 “박용택 위원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앞으로 야구하면서 계속 기억해둬야 할 말씀들이다. 부상이 왔을 때 슬럼프에 안 빠지는 법, 나중에 위원님처럼 나이가 들어 몸이 마음처럼 안 따라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미리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몬스터즈 팀에서 박 위원과 인연을 맺은 두산 신인 포수 윤준호도 “선배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팬들한테 해야 하는 것들, 프로 선수로서 지켜야 할 마음가짐이 인상 깊었다”며 “개인적으로 선배님과 계속 연락한다. 선배님이 항상 팬분들께 잘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저도 그런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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