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
1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온라인 교육으로 진행하다 3년 만에 대면으로 10개 구단의 신인 선수 130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허구연 KBO 총재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레전드’ 박용택 KBSN스포츠 해설위원이 강연자로 나서 선수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격려와 당부를 아끼지 않았다.
하이라이트는 선수단 미디어 인터뷰 및 팬서비스 관련 교육 시간이었다. 점심 식사 후 나른해진 오후 시간에 좌중을 폭소에 빠뜨린 선수가 등장했다. 삼성 신인 투수 박권후(19)였다.
강연자로 나선 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가 인터뷰 교육 중 노래를 부르는 최준용(롯데)의 영상을 띄웠다. 박 아나운서는 “혹시 여기서도 노래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제보해주세요. 누가 잘해요? 노래 한 번 하실까요?”라며 즉흥 제안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용감하게 손을 들어 단상에 나온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박권후였다. 마이크를 잡고 구수한 말투로 “안녕하세요~ 삼성 라이온즈 박권후입니다”라고 소개하더니 폴킴의 ‘너를 만나’를 열창했다. ‘삑사리’가 났지만 굴하지 않고 노래 한 소절을 끝까지 불렀다.
조용하던 현장이 순식간에 웃음 바다가 됐다. 스스로 박수를 치며 호응을 유도한 박권후는 노래를 마치고 신인 동료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기대 이하의 노래 실력에 대해선 “감기 때문에 목소리가 안 나왔어요. 원래는 진짜 가수예요”라며 강변(?)했다.
박 아나운서가 “시즌 때 저랑 MVP 인터뷰하면 무조건 노래를 시킬 테니 준비해주세요”라고 말했고, 박권후는 “그때는 엄청난 곡을 하나 준비해서 바로 불러드겠습니다”라고 당차게 답했다. 박 아나운서는 “박권후 선수 못 잊을 것 같다”며 거침없는 패기에 놀라워했다.
전주고 에이스로 활약한 우완 투수 박권후는 올해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삼성 지명을 받았다. 최고 147km 직구와 스플리터를 주무기로 한다. 지난해 10월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루키스 데이’ 때 취재진의 사진 촬영 때도 “하트 해도 되나요?”라고 먼저 물어볼 만큼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프로 첫 승을 했을 때 인터뷰에서 어떤 노래를 부를지도 궁금하다.
박권후의 노래 덕분에 화기애애해진 오리엔테이션은 손영배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의 부정행위 금지 및 스포츠 윤리교육, 김우정 KBO 감사의 신인선수 재정관리 강연으로 이어졌다. 선수 연금 설명회와 선수단 설문조사를 끝으로 오리엔테이션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