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 오승환(41·삼성)의 선택은 백지위임이었다.
삼성은 지난 11일 '오승환이 2023년 연봉 계약을 구단에 백지위임했다'고 밝혔다.
구단 측은 '오승환은 팀의 최고참 선수로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 성적에 책임을 다함은 물론, 올 시즌 개인과 팀의 반등을 위한 백의종군의 의미로 2023년 연봉을 백지위임하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지난 시즌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6승 2패 31세이브 평균자책점 3.32의 성적을 거두며 리그 세이브 4위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 중반 한때 난조를 보이며 잠시 마무리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곧 자기 페이스를 찾았다.
오승환의 연봉 백지위임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에 가깝다. 현재 분위기 상 연봉 동결보다 삭감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기보다 구단 측에 연봉 계약을 일임하고 야구에 전념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둬 오프 시즌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과거 구단 측에 연봉 백지위임을 했던 모 선수는 "연봉은 어차피 구단에서 책정해서 나오는 것이다. 사실 선수라면 누구나 많은 연봉을 받고 싶어 협상한다. 나 역시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하지만 연봉 협상으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야구를 하면서 누리고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조금만 더 참고 이겨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연봉 협상할 시간을 내게 투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오승환도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구단 측에 연봉 계약을 백지위임한 그는 일찌감치 올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 10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 중이다. 삼성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지난해 말도 안 되는 연패를 했기 때문에 올 시즌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지난해 아쉬움을 올 시즌 만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올 시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성적이 안 좋으면 분명히 나이에 대한 이야기가 더 나올 거다.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와 개인 통산 400세이브 달성을 앞두고 있는데 나이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퍼포먼스와 성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단 측도 통 큰 선택을 한 오승환을 위해 최대한 배려해준다면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