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화의 수확 중 하나는 포수 박상언(26)의 성장이었다. 주전 최재훈을 뒷받침할 백업 포수로 젊은 선수들을 경쟁시켰는데 박상언이 가장 두각을 드러내며 ‘넘버투’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1군 56경기에서 타율 2할2푼4리 30안타 4홈런 17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낮지만 적은 타석에도 홈런 4개로 장타력을 보여줬다. 5월25일 대전 두산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했고, 7월7일 대전 NC전에선 8회 결승타를 터뜨리며 임팩트를 남겼다. 수비에서 실책 9개가 있긴 했지만 약점이던 블로킹이 향상되면서 투수 리드 능력도 인정받았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지난해 시즌 중 박상언에 대해 “성격적으로 리더의 모습이 보인다. 열정이 있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불펜 피칭 때 우리 투수의 어떤 공이 좋은지 피악해서 경기 직전까지 고민하고 공부한다. 투수의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포수다. 이런 포수가 있다면 감독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매일 경기에 나갈 수 있는 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칭찬했다. 최원호 한화 퓨처스 감독도 “캠프 기간만 해도 송구 문제로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희근 퓨처스 배터리코치가 꼼꼼하게 잘 가르치면서 연습을 잘했다. 송구가 좋아진 뒤 1군에 올라갔고, 단기간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박상언은 “지난 시즌 성적에 만족하지 않지만 경기를 뛰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걸 토대로 새 시즌 준비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난 시즌 준비 과정은 최악이었다. 비시즌에 운동을 진짜 많이 했고, 1군 스프링캠프에도 갔는데 코로나에 걸리면서 중간에 재활군에 합류해야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이후 어깨, 허리가 좋지 않아 실전 경기를 뛰는 게 늦어졌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빠르게 감을 잡았다. 이희근 코치님과 경기 운영이나 볼 배합에 대해 디테일하게 많은 이야기를 한 게 도움이 됐다. 다음 타자나 상황을 생각하며 승부해야 할 상황과 피해야 할 상황이 어떤 건지 조금은 알게 됐다.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확신이 들면서 이해가 더 잘되고, 재미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4월 중순부터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서며 실전 가동된 박상언은 5월초 1군 콜업 후 백업 자리를 꿰찼다. 35경기를 선발출장하며 145일이나 1군에 있었다. 공수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며 팀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이렇게 포수로서 매력이 많은 박상언이지만 한때는 포지션 전향 이야기가 나왔다. 유신고 출신으로 지난 2016년 2차 8라운드 전체 79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박상언은 타격 솜씨가 좋고, 포수치고 키(185cm)가 크면서 발이 빠른 특징이 있었다. 타격 장점을 살리기 위해 프로 초창기에는 외야수로 연습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박상언은 포수 자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포수 마스크에 애착이 큰 그는 “포지션 바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방망이 잘 치고, 발이 빠르다는 것도 내가 포수였기 때문에 나오는 평가였다. 다른 포지션에 가면 아마 평범했을 것이다”고 냉정하게 자신의 경쟁력을 판단했다.
입단 후 2년을 보내고 상무에 입대한 박상언은 포수 커리어를 이어갔다. 상무에서 하루 3~4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과 힘을 키웠다. 프로필은 신인 시절 75kg 그대로이지만 지금은 90kg가 넘는다. 전역 후 2020년 팀에 돌아와 2년을 더 육성 과정을 거친 끝에 1군에서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시즌을 마치고 두 달간 질롱 코리아에서 호주프로야구를 경험하고 돌아온 박상언은 “따뜻한 곳에서 야구를 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다른 팀 유망주 선수들과도 거의 다 친해졌고, 여러 가지를 보고 배우며 공부가 됐다. 시즌 때 상대팀으로 만나는 만큼 같이 하면서 전력 분석도 됐다”며 포수 본능을 보인 뒤 “새해 목표는 첫 번째로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아프지 않게 몸을 잘 만들겠다.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면 그때 또 다른 목표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