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보스턴에서 불어온 날갯짓 한 번에 서부의 샌디에이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하성은 이 가운데 계속 소환되고 있다.
보스턴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올스타급 유격수 2명을 보유하고 있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잰더 보가츠가 버티고 있었고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6년 1억 4000만 달러에 영입한 트레버 스토리, 두 명이 내야진의 무게추를 담당하고 있었다. 보가츠가 붙박이 유격수였고 스토리는 유격수가 아닌 2루수로 나서면서 공존했다.
하지만 보스턴은 올해 오프시즌, FA 자격을 얻은 보가츠를 샌디에이고에 뺏겼다. 보가츠와 연장 계약 시도를 했지만 샌디에이고의 11년 2억8000만 달러 제안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래도 스토리라는 유격수 대안이 있었다. 당장은 유격수 공백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스토리마저 올해 절반 가량을 나서지 못할 전망이다. MLB.com은 ‘스토리가 오른쪽 팔꿈치 측부 인대(UCL) 보강 수술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하임 블룸 단장은 “크리스마스 직전 공을 던지면서 팔꿈치 통증을 느꼈다. 토미 존 수술이 아닌 팔꿈치 내부에 보조기를 넣는 시술이다”라고 전했다.
복귀 시점에 대해서는 “올해 복귀를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다. 올 시즌 복귀에 문은 열려 있다”라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100%가 될 때 확인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보가츠가 이적하고 스토리까지 수술을 받게 되자 당장 주전 유격수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물론 보스턴에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만능 유틸리티 키케 에르난데스와 백업 내야수 크리스티안 아로요가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보스턴은 어떻게든 유격수 보강을 원한다.
블룸 단장은 “스토리가 건강했을 때에도 센터라인을 강화하고 싶었다. 키케라는 좋은 옵션이 있어서 운이 좋다. 하지만 키케가 있음에도 보강해야 한다”라면서 “누가 어떻게 영입이 될지는 모르겠지지만 FA, 트레이드 등 어떤 방식이든지 외부의 선수가 합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라며 보강 계획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보스턴 핵심 관계자의 입에서 김하성의 이름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유격수 포지션 보강에 대한 의지는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들은 보가츠의 영입으로 트레이드 자원이 된 김하성을 타깃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7일 보스턴 지역 언론인 션 맥아담은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서 “보스턴은 투수 태너 하우크를 포기하고 김하성을 데려와 유격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김하성은 플러스 수비수다. 센터라인에서 훌륭한 수비를 제공한다. 키케를 중견수로 유지하면 센터라인 수비가 매우 강해질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우크는 2017년 신인드래프트 보스턴의 1라운더 투수다. 선발 투수 뎁스가 부족한 샌디에이고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유격수를 채울 수 있다고 주장한 것. 또한 김하성의 2년 남은 계약 기간과 합리적인 연봉(700만 달러)은 유망주 마르셀로 메이어가 성장할 때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기에 충분하다고도 언급했다.
정황상 보스턴은 유격수가 급하고 그 최적 후보군에 김하성이 오른 것도 맞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샌디에이고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 A.J. 프렐러 사장은 공식적으로 김하성에 대한 트레이드 문의가 들어왔지만 거절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주전 유격수로 뛰었던 김하성의 입지는 단단하지 않은 듯 하다. ‘디애슬레틱’의 샌디에이고 담당 데니스 린 기자는 ‘우투수 상대 .847의 OPS를 가진 맷 카펜터 합류는 특정 투수를 상대할 동안 크로넨워스가 1루에서 2루를 옮기면서 김하성이 벤치에 앉을 수 있는 선택지를 줬다’라면서 ‘김하성은 우투수 상대 .681의 성적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1년의 .601에서 소폭 증가한 것’이라면서 김하성의 플래툰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하성은 묵묵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에서 불어온 파장이 심상치 않은 듯 하다. 과연 김하성이 2023시즌을 맞이할 곳은 그대로 샌디에이고일까, 보스턴일까, 아니면 또 다른 제3의 팀일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