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타는 중장거리 타자를 대표할 수 있는 기록이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고승민은 자신의 바람대로 사직 맞춤형 타자로 진화를 할 수 있을까.
고승민은 지난해 ‘포스트 손아섭’으로 존재를 각인 시킨 한 해였다. 현역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첫 해, 92경기 타율 3할1푼6리(234타수 74안타) 5홈런 30타점 31득점 OPS .834의 기록을 남겼다.
손아섭(NC)의 FA 이적 이후 난관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손아섭 후계자 찾기는 비교적 손쉽게 해결됐다. 물론 풀타임 시즌으로 검증된 것도 아니기에 섣부르게 결론을 짓기는 힘들지만 희망을 높인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고승민의 활약상은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했다.
컨택 능력은 훌륭하고 이따금씩 장타도 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스스로 장타에 대한 욕심은 크지 않다. 올해 5개의 홈런을 쳤지만 “홈런을 칠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고 홈런 욕심도 없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확실한 목표 하나는 갖고 있다. 그는 “홈런보다는 안타를 많이 치고 싶다. 그리고 정교하게 강한 타구를 많이 치면서 이정후 형(키움)처럼 2루타 1위를 한 번 해보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이정후는 지난 2020년 49개의 2루타를 기록, 역대 한 시즌 최다 2루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고승민의 목표는 맞춤형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리모델링한 사직구장은 홈런 치기 힘든 구장으로 탈바꿈 했다. 홈플레이트를 당기는 방법으로 담장까지 거리가 늘어났고 담장 높이도 높아졌다. 외야가 넓어지면서 홈런보다는 2루타를 기록하기 좋은 구장으로 탈바꿈 했다.
지난해 사직구장에서 치른 70경기에서 롯데와 상대팀이 때려낸 2루타는 총 260개. 경기 당 3.7개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의 경기 당 3.58개(69경기 247개)보다 많은 수치다.
고승민도 지난해 262타석에서 15개의 2루타를 때려냈다. 17.4타석 당 2루타 1개가 나왔다. 지난해 36개의 2루타를 때리며 4위에 오른 이정후도 17.4타석 마다 2루타가 나왔다. 2루타 42개로 1위에 오른 오재일(삼성)은 536타석을 소화하면서 12.7타석 당 1개의 2루타를 기록했다.
지난해 후반기 활약으로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목표했던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풀타임을 치를 수 있는 건강한 몸을 만들고 체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직구장과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올해 고승민은 사직구장에서 날개를 활짝 펴는 시즌을 만들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