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신인 좌완 투수 천보웅(23)은 사연이 많은 선수다. 프로에 오기까기 과정이 누구보다 험난했다.
제물포고 주축 투수였던 천보웅은 그러나 3학년 때 부진으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그쯤 창단한 호주 질롱 코리아에 지원했으나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하면서 그라운드를 잠시 떠났다. 일반인으로 살면서 야구 열정이 되살아났고, 2020년 독립팀 인천 웨이브스에서 다시 야구를 시작했다.
이후 강릉 영동대에 들어갔다 야구를 했던 첫째 형 천상웅의 제주고 스승 성낙수 감독을 따라 전남 광양 한려대로 옮겼다. 그런데 한려대가 갑자기 폐교되며 야구부도 사라졌다. 어렵게 다시 시작한 야구인데 1년 만에 팀이 해체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다시 성 감독을 따라 구미대로 편입한 천보웅은 투타를 겸업하며 에이스로 활약했고, 2023년 10라운드 전체 91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았다. 2021년 창단한 구미대의 1호 프로 선수가 됐다.
천보웅은 “한려대가 폐교됐을 때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디를 가든 똑같이 적응하는 스타일이다. 대학교를 계속 옮기느라 번거롭긴 했지만 많은 경험을 했다”며 “(전력이 약하고) 선수 인원을 딱 맞춘 팀에서 뛰다 보니 타격도 하고, 완투도 자주 했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성적도 급격히 하락했지만 오히려 멘탈에 도움이 됐다.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우여곡절 많았던 대학 시절을 되돌아봤다.
천보웅은 지난해 최고 146km로 대학 무대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 185cm 장신의 오버핸드로 볼 회전수가 좋아 더 까다롭게 느껴진다. 키에 비해 마른 체구인 천보웅은 “원래 66~68kg 정도였는데 한화에 와서 5kg 정도 늘었다. 지금은 72~73kg이다. 힘이 더 붙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학 시절에는 거의 모든 공을 직구로만 던졌지만 커브도 편해졌다. 프로에 왔으니 변화구도 섞어 던질 수 있게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천보웅은 야구 선수를 했던 친형이 둘이나 있다. 첫째 형 천상웅과 둘째 형 천영웅은 나란히 두산에서 신인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했다. 천상웅은 지난 2011~2013년 내야수로, 천영웅은 2013~2014년 투수로 두산에서 뛰었지만 부상으로 기량을 꽃피우지 못한 채 일찍 은퇴했다.
삼형제 중 막내인 천보웅도 형들의 영향을 받아 야구를 시작했다. “어릴 때 아역 배우로 캐스팅됐다. 카메라 테스트도 다 받았지만 형들을 따라 야구가 너무 하고 싶었다. 야구하겠다고 난리를 피웠다”며 초등학교 3학년 때를 떠올린 천보웅은 “지명 후 형들도 좋아했다. 야구를 하면서 형들에게 많은 도움과 조언을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가장 좋아하는 투수로 좌완 류현진(토론토), 우완 제이콥 디그롬(텍사스)을 꼽은 천보웅은 “KBO리그 왼손 중에서 제일 잘 던지는 투수가 되고 싶다”며 “시즌 준비 잘해서 최대한 빨리 1군에서 팬들을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