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FA 계약까지 한 달 고민…선행왕의 진심 “오래 야구하고 싶은 마음에…” [오!쎈 인터뷰]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1.11 05: 30

첫 계약 제안을 받은 뒤 최종 결정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생애 첫 FA 자격을 획득한 ‘선행왕’ 신본기(34)는 무엇 때문에 KT 잔류를 망설였을까.
KT 위즈는 지난 10일 오후 “프로 데뷔 후 첫 FA 자격을 얻은 신본기와 1+1년 총액 3억 원(연봉 1억3000만 원, 옵션 2000만 원)에 계약했다”라고 신본기의 잔류를 공식 발표했다. 
신본기가 최초 잔류 제안을 받은 건 지난 12월 초. 에이전트 없이 직접 협상에 나선 그는 KT 운영팀장과 처음 만나 의견을 공유한 뒤 중순 경 나도현 단장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계약기간 1+1년과 작년 연봉(1억1500만 원)보다 조금 깎인 조건이 포함된 계약서를 받았다. 당시 협상은 결론 없이 마무리됐고, 신본기는 한 달 동안 수원KT위즈파크와 고향 부산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장고를 거듭했다.

KT 신본기 / OSEN DB

계약 후 OSEN과 연락이 닿은 신본기를 통해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들을 수 있었다. 신본기는 “원래는 FA를 신청하고 2년 이상 다년 계약을 하고 싶었다. 야구를 오래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라며 “한 달 동안 고민하면서 지인들에게 조언도 구해보고, 직접 연락을 주신 고마운 분들도 꽤 계셨다. 무엇이 최선의 선택일지 고민하다보니 시간이 길어졌다. 그 동안 내 결정을 기다려주신 KT 구단에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잔류 협상을 마무리 지은 KT 나도현 단장(좌)과 신본기 / KT 위즈 제공
다년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조건에 불만은 크게 없다. 2012년 데뷔 후 11년 동안 큰 부상 없이 성실히 프로 생활을 한 신본기는 하필이면 FA 직전 시즌 타율 1할8푼2리의 부진을 겪었다. 신본기는 “이게 현실이라 불만은 없다. 구단 입장에서 최대한 신경을 써주신 것이다. 이런 상황을 겪게 된 나 자신을 향한 감정이 조금 복잡할 뿐이다. 그러나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도장을 찍었다”라고 털어놨다. 
신본기가 당초 FA 시장에 나온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었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2020년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에서 KT로 팀을 옮긴 뒤 2년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이번 FA 계약을 통해 얻는 계약금과 계약 기간으로 가족과 함께 안정적인 미래를 구상한 그였다. 신본기는 6살 아들과 5살 딸을 둔 가장이다.
비록 바라던 장기 계약은 불발됐지만 그래도 그는 이번 계약으로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버지가 됐다. 신본기는 “아내와 아버지, 어머니, 장인어른, 장모님 모두 고생 많았다고 말씀해주셨다. 대단한 일을 한 거라고 칭찬도 해주셨다”라며 “아마 가족과 같이 사는 문제는 조만간 결정이 날 것 같다. 아이들 유치원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KT 신본기 / OSEN DB
생애 첫 FA 계약에 골인했고, 1년을 잘 보내야 계약이 1년 연장되는 만큼 각오는 남다르다. 신본기는 “1년을 그냥 보내면 안 된다. 내 가치를 입증해야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야구를 오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목이 빠지게 잔류 소식을 기다린 KT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신본기는 “우선 잔류 계약을 제안해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라며 “KT에 이적한 첫해 우승을 했는데 팬들과 한 번 더 그 영광을 누리고 싶다. 또 개인적으로 잘해야 팀에 보탬이 되고 팬들과 오래 함께할 수 있다. 잘 준비해서 그라운드에서 최대한 오랫동안 야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남다른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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