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부터 계약까지 40일…선행왕 FA 잔류 협상, 어떻게 성사됐나 [오!쎈 이슈]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1.10 16: 25

첫 만남부터 계약 성사까지 무려 40여일의 시간이 걸렸다. FA 자격을 얻은 ‘선행왕’ 신본기(34)와 KT는 어떻게 동행을 연장할 수 있었을까. 
KT 위즈는 10일 오후 “프로 데뷔 후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신본기와 1+1년 총액 3억 원(연봉 1억3000만 원, 옵션 2000만 원)에 계약했다”라고 발표했다. 
신본기가 KT와 처음 협상 테이블을 차린 건 지난달 초. 에이전트가 없는 그는 첫 만남에서 가벼운 의견을 교환한 뒤 두 번째 협상에서 계약기간 1+1년과 작년 연봉(1억1500만 원)보다 조금 깎인 조건에 잔류 제안을 받았다. 당시 협상은 결론 없이 마무리됐고, 해가 지나서도 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신본기는 그 사이 수원KT위즈파크와 고향인 부산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장고를 거듭했다.

KT 나도현 단장(좌)과 신본기 / KT 위즈 제공

해가 바뀌면서 양 측의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고민의 시간을 기다린 KT가 이달 초 선수에게 한 차례 연락을 건넸고, 생각을 정리한 신본기는 10일 오전 부산에서 수원으로 향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당초 첫 계약 조건에서는 계약금 논의가 오가며 연봉이 작년 수준에 못 미쳤으나 최종 계약이 계약금이 없는 조건으로 결정되며 연봉이 작년에 비해 1500만 원 오르게 됐다.
KT 신본기 / OSEN DB
KT는 심우준의 군 입대와 함께 FA 유격수 김상수를 영입했지만 내야수 갈증을 확실하게 해소하지 못했다. 김상수의 뒤를 받칠 백업 유격수가 필요했고, 2루수 또한 박경수, 오윤석으로 한 시즌을 치르기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었다. 여기에 지난해 5월 LG에서 온 장준원은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오는 9월은 돼야 복귀가 가능하다. KT가 신본기에게 잔류 협상을 제안한 이유다.
10일 OSEN과 연락이 닿은 KT 나도현 단장은 “구단은 신본기 선수의 고민의 시간을 충분히 존중해줬다. 그리고 마침내 어제(9일)쯤 생각을 정리한 것 같았다”라며 “우리 팀은 내야 뎁스가 약하다. 신본기가 작년에는 부진했지만 수비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 1루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감독님이 내야의 한 옵션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KT 구단은 신본기가 FA 계약을 전환점으로 삼아 공격에서도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신본기의 지난해 타율은 1할8푼2리에 그쳤다. 나 단장은 “신본기는 롯데 시절이었던 2018~2019년 수비도 잘하고 득점 생산에도 기여를 많이 했다”라며 “FA 계약을 터닝포인트로 삼았으면 한다. 신본기가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는 게 목표라고 하니 우리도 앞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 공격에도 기여해 가치를 높여 2년 뒤 더 좋은 평가를 받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KT 신본기 / OSEN DB
신본기는 프로 입단 후 기부 및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치며 선행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훌륭한 인성과 함께 워낙 훈련 태도가 성실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다. 나 단장은 “신본기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KT의 좋은 문화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계약 조건이 아쉬울 수 있지만 앞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라고 신본기의 활약을 기원했다.
KT는 스토브리그 최후의 과제였던 신본기 계약을 마무리 지으며 2023시즌 전력 구상을 마쳤다. 아직 시장에 미계약 FA 5인이 남아있지만 영입 계획은 없다. 나 단장은 “스프링캠프 때까지 추가적인 전력 보강은 없다. 신본기 협상을 마무리 지으면서 새 시즌 선수단 로스터 세팅이 완료됐다”라고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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