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지 않냐?"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고 기대를 모은 좌완 신인 듀오 KIA 이의리(21)와 롯데 김진욱(21)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2021년 도쿄올림픽 무대에 섰다. 기대대로 성장한다면 이들은 동갑내기 김광현(35)과 양현종(35) 이후 최고의 좌완 듀오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이후 두 선수의 운명은 완전히 엇갈렸다. 이의리는 2021년 신인왕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29경기(28선발) 154이닝 10승10패 평균자책점 3.86의 성적을 거뒀다. 당당하게 규정이닝 10승 투수로 도약하며 미래를 책임질 좌완 선발이 되기 위한 도약을 시작했다. 그리고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까지 선발됐다.
반면 김진욱은 지난해 선발로도 불펜으로도 자리잡지 못한 채 방황했다. 14경기(12선발) 2승5패 평균자책점 6.36의 성적에 그쳤다. 마무리캠프에서는 배영수 코치의 투구폼 교정과 빠른 템포의 투구 등의 숙제를 받고 숙제 완성에 중점을 뒀다. 그리고 호주프로야구(ABL) 질롱 코리아 파견까지 가면서 보충수업까지 진행 중이다.
현재 호주에서는 2경기 등판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시드니 블루삭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8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사구 8실점으로 무너졌다. 구속과 제구 모두 흔들렸다.
그러나 두 번째 등판이던 퍼스 히트전에서는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사구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수비 불안 등 악재가 있었지만 선발 투수로 최소한의 몫을 해냈다. 그래도 이날은 비교적 스트라이크 존 근처에서 공이 형성됐고 빠른 템포의 투구로 타자들과 빠르게 승부를 냈다. 유리한 카운트에서도 일단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을 던지면서 빠르게 결과를 보려고 했었고 이 방식이 주효했다.
어쨌든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함께 기대를 받았던 동기가 저 멀리 앞서나가면 당연히 심리적으로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 배영수 투수 코치는 김진욱의 승부욕과 오기를 자극했다. 호주 파견 전, 마무리캠프 기간 동안 배영수 투수 코치는 김진욱을 향해서 "부럽지 않냐?"라고 한 마디를 툭 던졌다. 김진욱은 이에 "저도 당연히 부럽죠"라고 답했다.
김진욱은 "(의리는) 10승을 한 투수다. 당연히 부럽다. 그 친구가 잘했으니까 그렇게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다"라면서 "제가 또 잘하면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함께 운동하던 동기, 친구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동기부여가 훨씬 많이 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어쩌면 이의리와 김진욱의 커리어 내내 비교는 따라다닐 것이다. 함께 성장하는 것이 한국야구의 미래를 생각하면 좋겠지만 세상과 운명은 그리 쉽게 모두에게 좋은 시나리오를 제공하지 않는다. 지금은 주춤거리고 있는 김진욱은 과연 올 겨울 받은 자극과 동기부여를 발판삼아 진가를 보여주는 2023시즌을 만들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