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36)는 이제 NC 다이노스의 안방마님이 아닌 두산 베어스의 안방마님이 됐다. 팀을 떠나면서 자신과 팀을 맞바꾸게 된 박세혁(34)을 잊지 않았다.
NC는 포수 양의지를 FA 시장에서 놓쳤다. 4+2년 총액 152억 원에 친정팀 두산으로 이적했다. 대신 NC는 두산에서 FA로 풀린 포수 박세혁과 4년 46억 원에 영입했다. FA 계약이지만 사실상 맞트레이드 성격이었다.
그러나 NC 입장에서는 전력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 투타의 핵심 자원 양의지의 이탈을 채우기에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박세혁으로 출혈을 최소화하려는 복안이다.
FA 직전 시즌인 지난해 박세혁은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128경기 타율 2할4푼8리(351타수 87안타) 3홈런 41타점 OPS .636의 타격 성적에 그쳤다. 884이닝을 소화했고 도루 저지율 22.1%(74허용/21저지)에 머물렀다.
2021년 안면 사구의 여파가 지난해까지 미쳤고 이를 확실하게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시즌이 시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양의지, 박동원(LG), 유강남(롯데) 등과 함께 ‘포수 FA 빅4’라고 꼽힐 것이라고 봤지만 결국 FA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고 유강남, 박동원, 양의지가 차례대로 행선지를 정한 뒤 뒤늦게 NC의 제안을 받고 이적했다.
평가가 급락했지만 박세혁은 이미 고점을 보여준 포수다. 양의지가 떠나고 풀타임 주전 첫 시즌이었던 2019년 두산의 우승을 이끈 포수였고 국가대표 경험도 했다. 젊은 투수들과 호흡도 괜찮은 편이었다. 경험 자체는 양의지가 떠나고 남은 포수들과 비교할 수 없다. 두산 코치 시절 박세혁을 가르쳤던 스승 강인권 감독도 환경이 변하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양의지의 그늘 아래에서 성장하던 투수들은 이구동성, 양의지의 이탈을 아쉬워했다. 구창모는 “(양)의지 선배님이 오시고 제가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야구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고 경기를 하면서 배터리 호흡을 하면서 많이 의지가 됐었다. 호흡했던 시간들이 많았으니까 많이 아쉬웠다”라고 감정을 전했다. 송명기 역시도 “정말 함께하는 동안 많이 가르쳐주시고 많이 배웠다. 너무 감사드린다. 아쉽다”라고 말했다.
대신 양의지는 자신은 팀을 떠나지만 자신의 자리를 이어받게 된 직속 후배를 향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송명기는 “의지 선배님께서 ‘(박)세혁이 잘 따라라. 좋은 포수다’라고 말씀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박세혁이 새로운 팀에 잘 녹아들 수 있게끔 떠나는 선배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양의지는 그동안 자신과 함께했던 투수들이 낯을 가리지 않고 박세혁과 호흡을 맞춰 서로 ‘윈-윈’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제 박세혁은 오는 16일 시무식에서 선수단과 상견례를 하면서 NC 선수로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한다. 젊은 투수와 호흡하고 팀을 진두지휘 해야 하는 박세혁의 새출발은 성공적으로 귀결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