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이치로의 오만→2023년 오타니의 겸손…“한국은 세계와 싸울 수 있는 톱레벨 선수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3.01.09 06: 30

 2006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관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처음으로 열렸다. 야구로는 최고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의 선수들이 각 나라 대표로 출장하는 첫 대회.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메이저리거까지 포함한 프로 선수들이 처음으로 제대로 맞붙는 한일전이 최대 관심사였다. 당시 시애틀 소속의 이치로는 일본 WBC 대표팀으로 참가하며 “상대가 앞으로 30년 동안 일본에는 손을 댈 수 없다는 느낌이 들도록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1라운드에서 일본과 맞붙는 한국, 대만과의 경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겠다는 의지였다. 앞으로 30년 동안 한국이 일본을 이길 생각을 못하게 만들겠다는 얘기로 들렸다.

[사진] 오타니 쇼헤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시 박찬호를 비롯해 이승엽, 봉중근, 구대성, 김선우,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등 해외파 8명이 합류한 한국 WBC 대표팀은 이치로의 오만한 생각을 납작 눌러줬다.
한국은 1라운드에서 일본에 3-2로 승리했고, 2라운드에서도 2-1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4강전에서 한국은 또 일본을 만나는 이상한 대진표였고, 세 번째 한일전에서는 패배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나 오는 3월에 제5회 WBC 대회가 열린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WBC 대표팀은 지난 4일 최종 엔트리 30명이 발표됐다. 김하성(샌디에이고), 최지만(피츠버그),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등 메이저리거 3명을 비롯해 이정후(키움), 김광현(SGG), 양의지(두산), 박병호(KT), 고우석(LG)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뽑혔다.
일본은 지난 6일 WBC 대표팀 12명의 명단을 먼저 발표했다. 투수로는 2021년 아메리칸리그 MVP에 빛나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메이저리그 95승 투수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2년 연속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지난해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이마나가 쇼타이(요코하마), 도고 쇼세이(요미우리)이 먼저 뽑혔다.
야수로는 빅리거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 지난해 일본인 선수 최다 홈런(56개) 신기록을 세운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겐다 소스케(세이부), 마키 슈고(요코하마), 곤도 겐스케(소프트뱅크), 가이 다쿠야(소프트뱅크)가 발탁됐다.
[사진] 오타니 쇼헤이(왼쪽)와 구리야마 히데티 일본 WBC 대표팀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WBC 대표팀 감독과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한일전에 대한 관심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오타니는 2015년 WBSC 프리미어12 초대 대회에서 한국 상대로 2경기 선발 투수로 등판해 압도적인 구위를 과시했다. 한국과 개막전에서 6이닝 2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 한국과 준결승전에서는 7이닝 1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언터처블 피칭을 자랑했다.
오타니는 일본 취재진이 한국에 대해 질문하자 “한국은 놀라운 선수가 많다. 투수나 타자 모두 세계적으로 봐도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 어느 세대나 세계와 싸울 수 있는 톱레벨의 선수들이 나오는 나라가 아닐까. 정말 멋진 야구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17년 전 이치로와 달리 겸손이 가득한 칭찬이었다.
한편 한국은 2006년 1회 대회 4강,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으로 선전했으나, 2013년 3회 대회와 2017년 4회 대회에서는 연거푸 1라운드 탈락으로 고개 숙였다. 14년 만에 1라운드 통과 후 토너먼트 진출에 도전한다.
/orang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