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친정팀 한화로 돌아왔다. 이제는 정범모(36) 배터리코치다.
정범모 코치는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17년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NC의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된 뒤 한화로부터 잔류군 배터치코치 제안을 받고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결심했다. 한화는 선수 시절부터 남다른 성실함으로 노력한 정범모 코치를 잊지 않았다. 지난 연말 온가족이 창원에서 서산으로 이사하며 지도자로서 첫걸음을 준비 중이다.
정범모 코치는 “한화에 돌아와 감회가 새롭다. 다들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집에 돌아온 느낌이다. 지도자로 오게 된 만큼 더욱 큰 책임감을 느낀다. 좋은 코치 선배님들께 많이 배우겠다”며 “현역 연장은 솔직히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입스가 있었고, 더는 경기를 뛰는 것이 쉽지 않았다. 프로의 세계는 현실이다. 아쉽지만 내가 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침 한화에서 감사하게 코치 제안을 해주셔서 은퇴를 했다”고 밝혔다.
청주기계공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6년 2차 3라운드 전체 18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은 정범모 코치는 고교 시절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포수 유망주였다. 그러나 프로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데뷔 초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재활을 했고, 2012년부터 1군 기회를 받아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잠재력을 크게 꽃피우진 못했다. 2018년 3월 NC로 트레이드됐고, 지난해까지 1군 통산 13시즌 485경기를 뛰며 타율 2할8리 196안타 19홈런 96타점을 기록했다.
정범모 코치는 “성적에 비해 정말 오래 했다. 이렇게 잔잔하게 17년을 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웃은 뒤 “인생 공부가 된 시간이었다. 처음 1군 기회를 주신 한대화 감독님부터 장종훈 코치님, 조경택 코치님, NC에서 만난 이동욱 감독님, 강인권 감독님 그리고 작년 퓨처스에서 함께한 공필성 감독님께 많은 것을 배웠다”며 그동안 가르침을 준 감독, 코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정 코치는 선수 시절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잘 안 되다 보니 점점 움츠러들며 위축됐다. 심리 치료까지 받으며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정 코치는 “지금까지 선수를 하면서 심리적으로 힘든 점들이 많았다. 내가 왜 안 됐는지 선수 때 써놓은 것들이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이 고민하며 방법을 제안할 것이다. 선수들에게 신뢰가 가는 코치가 되고 싶다. 선수들과 신뢰 관계부터 쌓아야 서로 발전이 있다.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 않겠다. 말 한마디부터 신경쓰겠다”고 이야기했다.
NC에서 보낸 5년의 시간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다. 정 코치는 “한화에만 있다 다른 팀에 가보니 모든 게 새롭더라. NC가 그동안 왜 잘했고, 선수들이 어떤 식으로 루틴을 가져가며 준비하는지 볼 수 있었다. 나도 진작 이렇게 했었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나중에 지도자가 되면 선수들에게 이렇게 가르치는 게 좋겠구나 하면서 공부가 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17년의 긴 선수 생활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NC 소속이던 지난 2019년 8월7일 창원 삼성전 끝내기 홈런을 꼽았다. 정 코치는 “끝내기 홈런을 꿈꿔왔는데 한 번 이뤄졌다”며 “경기는 아니지만 트레이드로 한화를 떠날 때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투수들도 떠올린 정 코치는 “역시 (류)현진이 공이 제일 좋았다. NC에 가서 받은 (구)창모, (장)현식이, (드류) 루친스키 공도 정말 좋았다. 좋은 투수들과 함께해 영광이었다”고 고마워했다.
마지막으로 정 코치는 “그동안 팬분들께서 많은 사랑을 주셨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팬분들께 받은 사랑을 이제는 지도자로서 선수들에게 돌려주겠다. 선수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지도자로는 내가 안 된 것을 본보기 삼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공부 많이 하겠다”고 약속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