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클리블랜드에서 불펜으로 뛰던(2010~2012년) 선수가 있다. 프랭크 허먼이다. ML 통산 성적은 5승 3패 1세이브 7홀드(ERA 4.72)가 전부다. 그런데 이 투수가 유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팀 동료들의 투자 자문역으로도 바쁜 일정을 보냈다는 일화를 남겼다.
그런 고학력, 우수 인재가 간혹 나온다. 이번 WBC에 태극마크를 달게 된 한국계 토미 현수 에드먼이다. 그는 명문 스탠포드 출신이다. 그 곳에서도 유명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다.
미국은 워낙 넓다. 그러다 보니 지역별로 나뉜다. PAC-12도 그 중 하나다. 서부지역 12개 대학이 참가하는 리그다. 야구, 풋볼(미식축구), 농구 등 24개 종목이 경쟁한다. 스탠포드를 비롯한 버클리, UCLA, USC 등이 여기 속한다.
스탠포드는 야구로도 명문교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마이크 무시나가 이곳 출신이다. 디트로이트의 AJ 힌치 감독도 졸업생이다. 한국에서 뛴 라이언 가코, 존 갈도 동문이다.
에드먼은 3학년 때(2016년) 빛났다. 안타(61) 3루타(4) 득점(35) 도루(8)에서 팀내 최고를 기록했다. 그 해 올스타 격인 All-Pac-12에 선정됐다. 특히 유격수에서 돋보였다. 최고의 수비수를 뽑는 Pac-12 퍼스트 팀에도 들었다.
야구야 그렇다 치자. 대학 스포츠 아닌가. 공부도 무시하면 안된다. 이 리그는 학업이 우수한 선수들도 상을 준다. Academic All-Pac-12라는 이름이다. 그는 여기서도 발군이었다. 퍼스트 팀 멤버로 선정됐다. 전 학년 평점(GPA)이 3.82였다. 퍼스트팀 10명 중에서도 가장 높다. 아니, 그것 이상이다. 100년이 넘는 이 학교 야구팀 역사상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남겼다. 4년 과정을 3년 반 만에 조기졸업했다.
주목할 것은 전공이다. 영어로 하면 Mathematical Computational Science다. 수학과 컴퓨터 과학을 같이 연구하는 곳이다. 이곳 졸업생들이 학교 근처(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회사가 있다. 구글, 유튜브, 야후, 휴렛패커드, 스냅쳇, 시스코, 넷플릭스 같은 곳이다. 스탠포드 동문이 만든 기업의 매출을 합하면 한국 GDP의 2배가 넘는다는 얘기도 있다.
고등학교는 샌디에이고 근처에서 다녔다. 라호야 컨트리 데이 스쿨이라는 사립학교다. 역시 여기서도 우등생이었다. 졸업 평점(GPA)이 4.48이다. 명문 노터데임과 프린스턴 대학에서 입학 제의가 왔다. 하지만 스탠포드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알려졌다시피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5살 때 LA로 이민 갔다. 우리 이름이 곽경아씨다. 남편과는 캠퍼스 커플이다. 윌리엄스 칼리지에서 만났다. 동부(매사추세츠)의 명문 사립대다. 학생 대 교수 비율이 7:1이다. 1대1 수업도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곽씨의 남편, 그러니까 토미의 아버지 존 에드먼은 여기서 수리경제학을 전공했다. 물론 야구선수였다. 졸업 후 수학 교사와 야구 코치로 활동한다. 아들이 다닌 고등학교(라호야 컨트리 데이 스쿨)에 재직 중이다.
이들 부부는 2남 1녀를 뒀다. 토미 현수는 둘째 아들이다. 형과 여동생도 야구인들이다. 형(존 에드먼 3세)은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일한다. 데이터 연구팀 소속이다. 트랙맨 운영자로 알려졌다. 일리노이의 명문 휘튼 칼리지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여동생(엘리스)도 비슷한 직업이다. 오빠와 같은 직장(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시스템 엔지니어다. 우리의 전력분석팀 비슷한 파트다. 동부의 명문 데이비슨 칼리지를 졸업했다. 학생 시절에는 배구 선수로 활약했다. 가족 모두가 야구로 연결됐다. 그리고 ‘골치 아픈’ 수학을 전공한 우등생들이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