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국가대표팀 선발 때마다 크고 작은 논란이 뒤따랐다. 저마다 선수 보는 눈이 다르고, 모두를 100%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대표팀 감독과 기술위원장은 큰 권한을 갖고 있지만 그만큼 부담스런 자리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비교적 합리적으로 선수 선발이 이뤄졌다. 지난 4일 발표된 최종 엔트리 30명은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다. 학교 폭력 꼬리표를 떼지 못한 ‘뜨거운 감자’ 안우진(키움)도 일찌감치 배제하며 논란을 차단했다.
물론 대표팀 자리는 한정돼 있고, 부상이 아닌 선수 중 아쉽게 빠진 선수들도 있었다.
투수 쪽에선 선발 자원으로 엄상백(KT)이 아쉽게 됐다. 지난해 33경기(140⅓이닝) 11승2패 평균자책점 2.95 탈삼진 139개로 활약하며 승률왕(.846)에 오른 엄상백은 WBC 관심 명단까지 올랐지만 최종 승선에는 실패했다.
불펜 자원으로는 좌완 김재웅(키움), 우완 김민수(KT)도 대표팀에 갈 만한 성적을 냈다. 김재웅은 65경기(62⅔이닝) 3승2패13세이브27홀드 평균자책점 2.01 탈삼진 56개로 활약하며 키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큰 힘이 됐다. 김민수는 76경기(80⅔이닝) 5승4패3세이브30홀드 평균자책점 1.90 탈삼진 91개로 양질의 활약을 한 지난해 최고 중간투수였다.
하지만 대표팀 투수 선발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15명의 투수 중 대부분이 땅볼 유도형이다. (3월9일 첫 경기) 호주전을 제일 우선으로 생각하고, 호주에 강할 수 있는 투수들을 뽑았다. 전력분석팀과 얘기했는데 호주 타자들의 스윙 궤도가 큰 변화구, 포크볼에 약하다. 다음 라운드보다 1라운드를 먼저 넘어야 하기 때문에 호주전이 중요하다.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 포크볼이나 각도 큰 커브가 있는 투수들을 많이 뽑았다”고 밝혔다.
엄상백(0.56)과 김재웅(0.60)은 지난해 뜬공/땅볼 아웃 비율에서 나타나듯 전형적인 뜬공 유도형 투수들로 포크볼이나 커브는 거의 던지지 않는다. 김민수(1.13)는 땅볼 유도형이지만 지난해 불펜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시즌 막판 구위가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우완 불펜 중 구위가 더 좋은 투수로 김원중(롯데)과 정철원(두산)이 있었고, 포크볼이라는 확실한 주무기가 있는 이용찬(NC)도 있었다. 김민수의 주무기는 슬라이더다.
타자 중에선 외야수 최지훈(SSG)이 가장 아쉬운 탈락자. 최지훈은 지난해 144경기 모두 출장해 타율 3할4리 173안타 10홈런 61타점 93득점 31도루 OPS .789로 활약했다. 타격뿐만 아니라 빠른 발을 앞세운 공격적인 주루와 폭넓은 수비, 강한 어깨로 외야수 중 가장 많은 11개의 보살을 잡아냈다. 공수주 삼박자를 넘나드는 활약으로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에 기여했고, 골든글러브 투표에서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WBC 관심 명단에는 들어갔지만 외야수 최종 5명에 포함되진 못했다. 같은 유형의 좌타 외야수 박해민(LG)에게 밀렸다. 성적은 최지훈이 좋았지만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맹활약한 박해민의 경험이 높이 평가됐다. 박해민의 성적도 크게 떨어지지 않고, 승부처에 대주자나 대수비로 요긴하게 쓸 백업 자원으로 그만한 경력자가 없다. 최지훈이나 박해민 누가 뽑혀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그동안 커리어나 안정감에서 박해민이 인정받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