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야구대표팀에 한화 선수는 없다. KBO리그 10개팀 중 유일하게 대표 선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50인 관심 명단에 한화는 투수 문동주, 김범수, 1루수 채은성, 3루수 노시환 등 4명의 선수들이 포함됐지만 최종 엔트리에 1명도 들지 못했다. 지난 2019년 WBSC 프리미어12 이후 4년 만에 또 한번 대표팀 ‘0명’ 굴욕을 맛봤다.
가장 승선 가능성이 높았던 선수는 스무살 괴물 문동주였다. 지난해 한화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문동주는 1군에서 13경기(28⅔이닝) 1승3패2홀드 평균자책점 5.65 탈삼진 36개를 기록했다.
성적만 놓고 보면 대표팀은 언감생심이었지만 시즌 마지막 3경기를 선발로 던지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15이닝 20탈삼진 5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 158km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로 유망주 잠재력이 꿈틀댔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지금 문동주는 의심의 여지없이 국가대표급 투수다. 내가 한화 감독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고 치켜세웠다. 이강철 WBC 대표팀 감독도 문동주를 높이 평가하며 깜짝 발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투수 명단 15명에 문동주는 없었다. 유일하게 한화에서만 대표팀 선수가 발탁되지 않았다. 조범현 KBO 기술위원장은 “한화에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베스트로 선발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빠졌다. 논의가 된 선수는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빠졌다”고 밝혔다. 그 선수가 문동주일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거들이 출격하는 WBC는 최고 권위의 야구 대회로 선수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된다. 젊은 선수일수록 국제대회 경험을 통해 쑥쑥 크곤 한다.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 건 아쉽지만 문동주 개인이나 한화 팀으로 볼 때 나쁠 건 없다.
WBC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리는 시기적 특징이 있다. 투수는 적어도 한 달 먼저 몸을 일찍 만들어 전력 투구해야 한다. 예년과 다른 준비 과정에서부터 투수들은 알게 모르게 오버 페이스하며 데미지를 받는다. WBC에 나가서 후유증에 시달린 투수들도 한둘이 아니다. 서재응, 손민한, 윤석민, 장원삼, 유원상, 박희수, 임정우 등이 WBC 참가 시즌에 부진했다.
경험 많은 베테랑들도 WBC에 다녀온 뒤 고생했다. 어린 선수들일수록 관리가 더 어렵다. 문동주는 한화가 특별 관리하는 보호 대상 1순위다. 고교 2학년 때부터 뒤늦게 투수를 시작해 투수로서 몸이 완성되지 않았다. 지난해 시즌 전 내복사근 미세 손상에 이어 시즌 중에도 견갑하근 부분 파열로 부상 이탈하며 3개월가량 재활했다.
지난해 1군 28⅔이닝, 2군 13⅓이닝, 시즌 후 교육리그 14⅔이닝으로 총 56⅔이닝을 던진 문동주는 올해 100이닝 선에서 제한이 있을 예정이다. 손혁 한화 단장은 문동주와 팔꿈치 수술 후 복귀 두 번째 풀시즌인 유망주 남지민을 묶어 15경기씩, 총 30경기 선발을 구상하고 있다. 만약 문동주가 WBC에 나갔다면 이 계획도 변경이 불가피했다. 최고 무대에서 큰 경험을 쌓을 기회는 다음으로 미뤘지만 성장 과정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문동주에겐 나쁠 게 없다. “올해 소망은 건강한 것, 그거 하나밖에 없다”는 문동주에게 오히려 잘된 걸 수도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