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 포지션에 FA 선수들을 보강했다. 부족한 선수층도 채웠다. 코치진 역시도 KBO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코치들로 채웠다. 코치진 이름값은 10개 구단 중 최고다. 이제 중요한 건 사령탑의 리더십이다. 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감독은 계약 마지막 해, 제대로 된 시험대에 올랐다. 더 이상 핑계거리도 없다.
롯데의 오프시즌은 화려했다. 토종 에이스 박세웅과 5년 90억 원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당장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상무에 지원했고 최종 합격이 유력했지만 다년계약과 함께 상무 지원을 철회하고 한 시즌 더 활약한다. 박세웅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에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걸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거나 금메달을 못 따면 박세웅은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한다. 서튼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 토종 에이스 이탈이라는 변수가 사라졌다.
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롯데는 FA 유강남과 4년 80억 원에 영입했다. 또한 포수 못지 않게 아쉬움이 짙었던 유격수 포지션에도 보강이 이뤄졌다. 20홈런을 때릴 수 있고 견실한 수비를 갖춘 노진혁을 4년 50억 원에 데려왔다. 단숨에 취약 포지션 2개를 보강했다. 서튼 감독은 한시름을 덜었다.
FA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뎁스 보강이 이뤄졌다. 방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부족한 선수층을 채웠다. 투수 신정락, 김상수, 윤명준, 차우찬, 좌타 포수 이정훈, 좌타 외야수 안권수까지 모조리 데려왔다. 지난해 부상자가 속출하고 코로나19로 신음하던 시기에 롯데는 빈약한 선수층으로 1,2군이 모두 삐걱거렸지만 이제는 그럴 일이 사라졌다. 그동안 선수단 슬림화 작업을 펼치면서 구단과 현장 모두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지만 이제 서튼 감독은 이제 폭넓은 선택지로 선수단을 이끌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코치진의 면면도 완전히 새로워졌다. 2군에 있던 박흥식, 전준호 코치가 1군으로 승격됐다. 박흥식 코치는 수석코치 역할을 하면서 타격 파트를 담당한다. 전준호 코치는 외야 수비를 담당하면서 3루 코치 역할을 한다. 기존 김평호 코치는 주루에 전념하며 1루 코치에서 주자들과 더욱 소통하게 됐다. 투수 코치로는 메인 코치 경험은 없지만 두산 불펜 코치로 경험을 쌓은 배영수 코치가 새롭게 합류했고 배터리 코치도 SSG에 있던 최경철 코치를 데려왔다. 서튼 감독은 이제 홀로 부담을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
이제 서튼 감독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어야 할 시점이다. 2021년 5월, 서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초기에는 선수단이 부상으로 대거 이탈하며 대혼란기를 겪었고 올림픽 휴식기를 통해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서튼 감독 부임 이후 롯데는 53승53패8무, 정확히 5할 승률을 마크했다. ‘온전히 스프링캠프를 치른 서튼 감독의 롯데는 더 좋아질 것이다’라는 예상들이 지배적이었던 2021년. 실제로 시즌 초반이던 4월에는 리그 2위를 질주했다. 그러나 부상으로 빈약한 선수층이 도드라지면서 고꾸라졌고 반등하지 못했다. 결국 롯데는 8위로 시즌을 마무리 했다.
2021년과 달리 2022년, 서튼 감독의 리더십에 많은 의문부호가 이어졌다. 스몰볼 야구를 펼치지만 디테일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부상으로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시점에서 선수단의 퀄리티, 부족함 뎁스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서튼 감독의 지휘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소 기계적인 수비 시프트는 실점 장면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었다. 리그 최하위(.649)의 수비 효율 수치(DER)와 리그 2위(3.61)의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의 괴리는 떨어지는 수비력에 더해 벤치의 책임도 없지 않았다.
또한 작전 타이밍도 적절하지 않았다. 지난해 롯데는 100번의 도루 시도를 했고 61차례를 성공했다. 성공률은 61%. 도루 시도는 전체 9위였고 성공 횟수와 성공률은 최하위였다. 안 뛰는 게 나을 정도의 성공률이었다. 수비와 주루 모두 서튼 감독이 직접 관여한 부분이었다.
문제는 투수진이었다. 찰리 반즈의 4일 휴식 고집, 글렌 스파크맨의 뒤늦은 퇴출 등의 현장 판단은 결과론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투수교체 시점과 투수 기용 등에서 경직된 운영을 펼쳤다. 나균안, 김도규 등이 혹사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나균안은 특정 보직을 정해 놓지 않고 마구잡이로 기용했다. 시즌 막판에서야 선발투수로 보직이 확정됐고 그대로 시즌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구단 안팎의 서튼 감독의 투수 운영에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서튼 감독의 계약기간은 당초 2022년까지였다. 하지만 구단은 2021년 성과를 지켜본 뒤 1년 먼저 재계약했고 2023년까지 맡게 됐다. 하지만 서튼의 야구는 되려 민낯만 드러났다. 소통에 능한 감독이라고 프레임이 씌워졌지만 실상 현장에서는 소통보다는 고집이 강했고 피드백도 늦었다. 선수단과 관계는 무난했지만 벤치에서 오해와 갈등이 번지는 계기가 됐다. 각 파트의 전문가들이 포진한 상황에서 본인이 모든 파트를 챙기고 건드는 것은 구시대적 야구다.
이제는 선수단도 탄탄해졌고 조력자들의 경험도 더욱 화려해졌다. 남은 건 서튼 감독만 바뀌면 된다. 그래야만 ‘윈나우’ 버튼을 누른 롯데도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고 계약 마지막 해인 서튼 감독도 재평가가 될 것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