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인가 했어요”.
2023년 KBO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슈퍼루키’ 김서현(19)은 새해 문자 한 통을 받고 놀랐다. 발신자는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 수베로 감독은 지난 2020년 11월 한화 사령탑에 부임한 뒤 한국의 모바일 메신저를 깔아 코치는 물론 선수들과도 오프시즌에 종종 소통을 나눈다.
지난달부터 서산에서 신인 합동 훈련 중인 김서현에게도 수베로 감독의 새해 인사 메시지가 날아왔다. 김서현은 “깜짝 놀랐다. 처음엔 누가 해킹한 줄 알았다. 영어로 쓰여져 있길래 보이스 피싱인가 했다”면서 “알고 보니 진짜 감독님이 맞더라. 할 줄 아는 영어를 써서 답변을 드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 때 김서현의 불펜 투구를 보고 감탄한 수베로 감독은 “네가 던지는 것을 빨리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김서현도 “몸을 잘 만들어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노력하겠다. (2월부터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가서 죽도록 해보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캠프 합류 전까지 1월은 서산에서 신인들과 함께 몸 만들기를 이어간다. 아침 8시 반부터 웨이트 훈련을 시작으로 캐치볼은 50% 강도로 진행 중인 김서현은 다음주에 하프 피칭에 들어간다. 오버 페이스를 하지 않도록 스태프에서 관리하는 중이다.
보직은 불펜이 유력하지만 캠프에 가서 여러 가능성도 검토할 예정이다. 김서현은 “내가 원하는 보직은 마무리이지만 팀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 잘 맞춰서 준비하겠다”며 “목표는 우승이다. 개인적인 목표도 우승이다. 신인왕 같은 개인상은 팀 성적이 되면 알아서 따라올 것이다. 다치지 않고 끝까지 1군에서 던지며 팀 우승에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팀 퍼스트를 강조했다.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등번호는 54번으로 결정했다. 서울고 시절 ‘불세출의 투수’ 고(故) 최동원을 따라 달았던 11번은 선배 투수 남지민이 쓰고 있어 다른 번호를 골라야 했다. 김서현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54번을 골랐다.
그 이유에 대해 김서현은 “서울고에서 함께한 친구 중 한 명(전다빈)이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전부 프로에 갈 줄 알았는데 아쉬웠다. 친구를 위해 내가 먼저 프로에서 54번을 쓰고 있겠다고 했다”며 남다른 우정을 보였다.
야구에서 54번은 주로 좌완 투수들이 선호하는 번호로 김서현이 말한 친구 전다빈도 서울고 좌완 투수였다. KBO리그에선 대투수 양현종(KIA),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쿠바산 파이어볼러 아롤디스 채프먼이 54번이다.
김서현도 공은 오른손으로 던지지만 왼손잡이다. 그는 “친형(전 인하대 포수 김지현)이 야구를 해서 나도 야구를 시작했는데 처음에 쓴 글러브가 오른손 용이었다. 어릴 때부터 계속 그렇게 오른손으로만 공을 던지다 보니 익숙해졌다. 왼손 투수가 될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며 “왼손으로 던지면 구속이 120km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