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대체 발탁이 안됐다면?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선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24)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걸림돌이 없어졌다. 키움 구단은 지난 2일 이정후의 포스팅 요청을 용인한다는 공식발표를 했다. 이정후가 지난 12월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자 내놓은 예상된 답이었다.
벌써부터 이정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키움의 공식발표가 나오자 MLB.com과 CBS 스포츠, 트레이드 루머스 등 각종 현지 매체들이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이미 이정후의 미래 가치에 대해 아시아선수 가운데 3위로 매길만큼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CBS스포츠는 키움 구단의 이적료를 계산하면서 이정후의 계약규모 기준점을 1억 달러로 삼았다. 만일 이정후가 1억 달러를 받는다면 키움은 1675만 달러의 이적료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9000만 달러에 계약한 오릭스 요시노 마사타카와 비슷하다. 요시노도 정교함과 장타력까지 겸비했다.
류현진이 받은 3600만 달러의 대우를 훌쩍 뛰어넘는다.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절차를 통해 정확한 계약규모가 나오겠지만 기본 5000만 달러를 넘는 역대급 잭팟은 떼놓은 당상이다. 이제 2023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꿈으로 여겼던 메이저리그 열차에 탑승한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새삼 2018년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소환되고 있다. 당시 2년 차 이정후는 아시안게임 선동열호의 최종명단에 승선하지 못했다. 외야진이 간판급 타자들로 가득한데다 좌타자들이 많은 탓에 이정후를 발탁하지 않았다.
외야진은 김재환(두산) 김현수(LG) 박해민(삼성) 손아섭(롯데) 박건우(두산) 등 5명이었다. 간판타자들이었고 박해민은 수비와 주루 능력을 감안해 선발했다. 여기에 내야수 박민우(NC) 오지환(LG)까지 좌타자들이 즐비했다. 2017년 3할2푼3리를 쳐내며 신인왕에 올랐고 2018년 전반기 3할3푼2리를 기록했지만 부름을 받지 못했다.
억울하고 아쉬운 탈락이었지만 천우신조의 기회가 찾아왔다. 박건우가 외복사근 미세손상을 입어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분노의 타격을 하던 이정후가 대체 발탁을 받았다. 이정후는 6월 3할5푼7리, 7월 4할1푼9리, 8월 5할3푼2리 등 초절정 타격을 펼치고 있었다. 아시안게임에서 24타수 10안타(.417) 2홈런 7타점을 올리며 금메달을 이끌었다.
금메달에 따라붙는 병역혜택을 받았다. 만일 대체 발탁이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 이상,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다시 도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은 동메달에 실패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코로나19 사태로 올해로 연기됐다. 대회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고, 금메달을 딴다는 보장도 없다.
해외진출자격을 얻더라도 병역혜택 없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빚어질 뻔 했다. 병역의무를 수행하면 20대 후반의 나이에 진출할 수 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그는 젊었을 때 하루라도 빨리 도전해야 적응하고 성공할 수 있다. 이정후는 만 25살의 나이에 역대급 대우를 받으며 꿈의 무대에 도전한다. 메이저리그에 간다면 박건우에게 큰 절이라도 해야할 듯 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