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더블 10승?
KIA 타이거즈에서 에이스 양현종(34)의 후계자는 이의리(20)이다. 2년 선배 좌완 김기훈이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해 선발자리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실적으로 본다면 이의리가 지난 2년 동안 착실하게 성장하며 좌완 계보를 잇고 있다. 김종국 감독은 좌완 듀오를 보는 것만 해도 흐뭇하다.
이의리는 2021년 입단과 함께 개막 선발진에 포함됐다. 스프링캠프에서 으리으리한 투구를 하더니 단숨에 선발진을 꿰찼다. 시범경기 실전에서 보여준 구위는 막강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텍사스에 입단한 양현종이 현지에서 이의리의 투구를 보고 큰 박수를 보냈다.
이의리는 데뷔 시즌 10승은 못했다. 19경기에 출전해 4승5패, 평균자책점 3.61를 기록했다. 후반기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마감했으나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에 뽑힐 만큼 구위를 인정받았고 신인왕까지 따냈다. 양현종의 빈자리를 100% 메우지는 못했지만 존재감을 보였다.
양현종이 1년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복귀하면서 두 선수는 처음으로 함께 스프링캠프를 보냈다. 대선배 양현종을 보는 것만 해도 이의리에게는 큰 공부가 됐다. 그리고 나란히 선발투수로 풀타임을 보냈다. 양현종은 30경기 12승 ERA 3.85, 이의리는 29경기 10승(10패) ERA 3.86를 기록했다.
나란히 두 자릿 수 승리를 따낸 것이다. 2명의 토종 선발투수가 선발 10승을 따낸 것은 2003년 각각 11승을 따낸 김진우와 최상덕이 이후 19년 만이다. 외국인들의 더블 10승은 있었지만 국내 선발들이 나란히 10승을 거둔 경우는 그만큼 드물었다. 대단히 귀중한 기록이다.
작년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5위로 이끈 것도 두 투수의 힘이었다. 양현종은 후반기 주춤했지만 전반기는 대투수의 구위를 보였다. 8년 연속 170이닝 돌파의 대기록도 세웠다. 이의리는 2년째에 첫 10승이자 규정이닝까지 소화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제구 때문에 다소 기복있는 투구를 했지만 남다른 성장세였다.
2023시즌 두 투수가 몇 승을 합작할 것인지도 눈길을 모으고 있다. 각각 2년 연속 두 자릿 수 승리를 기대받고 있다. 나란히 부상없이 풀타임을 보낸다면 충분히 거둘 수 있다. 내친김에 15승까지도 목표치를 상향조절할 수 있다. 이의리가 3년째 또 한번의 진화를 보여준다면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니다. 튼튼한 좌완듀오를 보유한 KIA는 든든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