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삼성 라이온즈 사이드암 우규민(38)은 "올 시즌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2003년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던 그는 "(한국시리즈라는) 가장 큰 무대를 경험해보고 싶다. 우승하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7전 4선승제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우규민에게도 한국시리즈 진출의 꿈을 이룰 기회는 있었다. 2021년 정규 리그에서 KT와 공동 1위를 기록하며 타이브레이크까지 갔던 삼성은 0-1로 패하는 바람에 한국시리즈 직행에 실패했다. 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삼성은 1,2차전 모두 패하는 바람에 이틀 만에 가을 잔치의 마침표를 찍었다.
"재작년이 좋은 기회였는데 너무 아쉽다. 한 경기(타이브레이크)가 너무 아쉽다. 지난해 SSG (김)강민이 형이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MVP를 차지했고 그전에 (박)경수가 MVP를 받았는데 뭔가 감동적이면서 좋은 자극제가 됐다. 아무래도 나이가 비슷한 선수들이 우승 후 MVP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부러웠던 것 같다". 우규민의 말이다.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한 그는 "7전 4선승제 체제인 한국시리즈에서 몇 경기를 치를지 모르겠지만 꼭 해보고 싶다. 한 경기 한 경기 정말 재미있고 소중할 것 같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와 달리 한 팀이 기다리는 게 아니라 두 팀이 우승을 놓고 대결하는 거니까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규민이 한국시리즈 진출을 간절하게 바라는 이유는 하나다.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을 시점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
오는 18일 우완 이승현, 홍정우, 문용익과 함께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 일찍 들어가는 그는 "마지막 캠프가 될 수도 있으니까 후배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함께 가자고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새해가 되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오랫동안 팀에 필요한 존재로 남고 싶지만 개막 전까지 항상 불안한 게 솔직한 마음이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끝판대장' 오승환(41)에 이어 팀내 선수단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그이지만 지난해 팀내 홀드 1위(16개)를 차지할 만큼 기량은 녹슬지 않았다.
우규민은 "예전과 달리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선수 생활을 빨리 그만두는 게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다. 예전에는 마흔 넘어 선수로 뛰는 게 전 구단에 한두 명뿐이었는데 이젠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제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은퇴하는 게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