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최하위로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한화. 깊은 어둠 속에서도 희망의 빛이 보인다. 서산에서 퓨처스 선수들이 무럭무럭 성장하며 미래를 밝히고 있다. 그 중심에 최원호(50) 한화 퓨처스 감독이 있다.
지난 2019년 11월 한화 퓨처스 사령탑으로 부임한 최원호 감독은 지난해 11월 3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퓨처스 감독이 이렇게 장기 계약을 맺는 것은 KBO리그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긴 안목에서 안정적인 육성 시스템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구단 의지가 담겼다.
최 감독은 지난 2020년 6월 1군 감독대행으로 무너진 팀을 수습한 뒤 2021년 퓨처스로 돌아가 육성에 매진했다. 특히 지난해 퓨처스리그 역대 최다 타이 14연승을 달리며 북부리그 우승이란 성과를 냈다. 투수 김기중, 박준영, 한승주, 정이황, 김규연, 포수 허인서, 내야수 정민규, 외야수 유상빈 등 여러 포지션에서 젊은 선수들을 키웠다.
신인왕 후보로 깜짝 활약한 1루수 김인환, 불펜 주축으로 성장한 투수 윤산흠, 백업 포수로 성장한 박상언 등 1군에 즉시 전력도 올려보내 선수 공급처 역할도 해냈다. 이 선수들은 지난해 퓨처스 캠프에서 시작한 뒤 1군 전력으로 자리잡았다.
새해부터 서산구장에서 신인 및 군제대 선수 지도에 나선 최 감독은 “정민철 전 단장님 덕분에 한화에 와서 3년간 많은 것들을 배웠다. 연습 때 잘해도 경기에서 그 모습이 안 나오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반대의 선수도 있다. 선수마다 다른 성향과 기질이 경기에 어떻게 나오는지 배웠다. 수베로 감독님이 오신 뒤에는 야수들에게 다양한 포지션도 연습시켰다. 처음에는 한 포지션도 안 되는데 여러 자리가 되겠나 싶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포지션에서 잘 맞는 선수들도 찾을 수 있었다. 여러 가지로 공부가 됐다”고 돌아봤다.
육성이 목적인 퓨처스 팀이지만 지난해부터 경쟁을 통해 이기는 쪽으로도 방향을 수정했다. 최 감독은 “처음에는 저연차 선수들에게 플레잉 타임을 주며 육성에 집중했지만 작년부터 구단과 같이 이기는 방향으로 바꿨다. 연차보다 컨디션이 좋고 잘하는 선수 위주로 경쟁 의식을 가질 수 있게 운영했다. 또 우리 코치들이 정말 열정적이고 꼼꼼하다. 코치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 납득이 가는 선수 기용과 육성을 하면서 성적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에겐 저마다 다른 신분 차이가 있다. 지명 순서나 이름값, 연차에 따라 기대치가 높거나 낮을 수밖에 없다. 퓨처스에선 높은 순번의 지명을 받고 들어온 젊은 선수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가 갈 수밖에 없지만 최 감독은 가능한 모두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 육성선수부터 독립리그 출신 선수들에게도 폭넓게 기회를 부여했다. 육성선수로 들어와 지난해 개막부터 퓨처스에서 뛰며 1군까지 오른 유상빈, 시즌 중 독립리그에서 넘어와 퓨처스 주축으로 떠오른 투수 오세훈과 내야수 한경빈이 그런 케이스. 2군에서 방치되기 쉬운 베테랑들도 외면하지 않았다. 불펜 송윤준은 구원으로 15승을 거뒀고, 1루수 이성곤은 3할대(.320) 타율로 시즌 막판 1군에 복귀했다.
최 감독은 “선수마다 분명 신분의 차이는 있으나 그것이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경쟁을 통해 하위 지명 선수들이 더 잘하는 경우가 많다. 그 선수들이 잘하면 상위 지명 선수들에게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고참들도 필요하다.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고 잘 융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모두가 동기 부여를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박찬혁 대표이사님, 손혁 단장님 모두 이런 기조를 이어달라는 의미로 재계약을 주신 것이다”고 말했다.
1월까지 신인 선수들을 관리하는 최 감독은 2월부터 퓨처스 스프링캠프를 준비한다. 1군 스프링캠프 명단이 결정되면 퓨처스도 캠프 명단을 추린다.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퓨처스 캠프도 해외로 나간다. 내달 8일부터 3월12일까지 일본 고치에서 진행된다. 최 감독은 “캠프 첫 날부터 투수들은 70~80% 상태로 피칭이 가능할 수 있게 준비해달라고 했다. 타자들도 시작부터 정상 훈련을 공표했다”며 경쟁을 예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