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부터 1월은 KBO리그 선수들의 비활동 기간이다. 단체 훈련이 금지된 기간이기 때문에 야구장에는 개인 훈련을 하는 선수 일부만 개인 일정에 맞춰 출근한다. 삼성 라이온즈 사이드암 우규민은 거의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성탄절, 신정 등 빨간 날에도 일정은 변하지 않는다.
2일 오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우규민은 “오전에 나와서 보강 운동하고 올 시즌을 위해 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8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몸을 만들 계획이다. 우완 이승현, 홍정우, 문용익도 함께 한다.
우규민은 지난해 60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1세이브 16홀드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3.26. 팀내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홀드를 기록하며 베테랑의 품격을 제대로 증명했다.
그는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투수라면 누구나 그렇듯 언제든 나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하고 마운드에 오르면 최선을 다해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개인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게 가장 아쉽다. 그는 “많이 아쉽다. 2021년 가을 야구를 일찍 마친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선수들도 열심히 준비했는데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아쉽게 5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마지막까지 (5강 진출을 향한)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건 올 시즌을 위한 좋은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우규민은 지난해 9월 22일 대구 KT전에서 개인 통산 700경기 등판 금자탑을 세웠다. KBO리그 통산 14번째이자 구단 최초 기록. 뛰어난 실력과 철저한 자기 관리가 뒷받침됐기에 달성 가능했다.
이에 “야구를 오래 했으니까 따라오는 것 같다. 선발, 중간, 마무리 다 해보면서 세운 기록이기에 더욱 뜻깊다.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고 싶다. 올 시즌 당장 8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울 수 없겠지만 한 시즌 잘 준비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규민은 삼성 계투진이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코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험이 많지 않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좋은 투수들이 정말 많다. 마무리 캠프 때 열심히 하면서 기량과 자신감 모두 좋아졌고 서로 힘을 합치면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젊은 투수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재목을 꼽아달라고 하자 “너무나 어려운 질문이다. 기대되는 선수들이 너무나 많다.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이 많은데 다들 정말 열심히 한다. 그래서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모두가 기대되고 잘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정현욱 투수 코치는 "상대 팀과의 대결은 두 번째 문제다. 내부 경쟁이 돼야 한다. 오승환, 우규민, 백정현 등 베테랑 투수들의 자리를 빼앗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이들도 어릴 적에 선배들의 자리를 빼앗아 성장한 선수들이다. 노력한 만큼 자리를 빼앗을 수 있도록 달려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규민 또한 같은 생각이다. 그는 “저도 어릴 적에 같은 팀 투수 선배처럼 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던지는지 열심히 보고 배웠다. 갑자기 좋아지는 선수는 없다. 선배들이 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경기에서 경험하면서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지만 자기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좀 더 욕심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상대를 이길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또 우리 후배들이 너무 착하다. 야구 선수가 경기장 안에서 너무 착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우규민은 개인 통산 100세이브-100홀드를 가시권에 두고 있다. ‘끝판대장’ 오승환이 뒷문을 지키는 만큼 100세이브 달성은 사실상 쉽지 않다. 반면 7홀드를 추가하면 100홀드 고지를 밟게 된다. “내년에도 중간으로 시작하니까 시간이 지나면 할 것 같다”고 했다. ‘100홀드를 넘어 120홀드까지 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네자 “그렇게 된다면 우리 팀은 무조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고 웃어 보였다. /what@osen.co.kr